3년간 32만5천명 행정업무 고용…기업 80% "비용 부담"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기업들이 관료주의에서 비롯한 각종 행정처리 때문에 연간 약 10만명을 새로 채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노동청 산하 고용시장·직업연구소(IAB)는 20일(현지시간) 산업계 설문을 바탕으로 관료주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최근 3년간 32만5천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고 집계했다.
직원 50명 이상 기업은 약 30%, 10∼49명인 소기업은 16%가 행정 업무로 직원을 늘렸다. 관료주의 업무 부담이 매우 크다고 답한 기업은 2022년 4%에서 올해 14%로 늘었다.
일손이 많이 가는 규정으로는 유럽연합(EU)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EU IT보안 규정, EU 공급망실사지침이 꼽혔다.
IAB 연구원 안드레 디크만은 전체 기업의 80%가 행정절차로 인한 비용 증가를 호소했다며 "늘어나는 관료주의 업무를 감당하기 위한 고용 확대는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최근 3년간 새로 생긴 일자리 55만개의 절반 이상이 오로지 관료주의에 소모됐다며 "독일의 거의 모든 문제를 관료주의 철폐로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5월 출범한 새 정부는 디지털 전환으로 관료주의를 타파하겠다며 디지털·국가현대화부를 신설했다. 라르스 클링바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우리나라에서 팩스 단말기를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악명 높은 관료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종 문서화·서류보존 의무를 없애는 일명 '관료주의 철폐법'을 작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만들었다. 정부는 올해 1월 시행된 제4차 법안으로 연간 9억4천400만유로(1조6천5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독일에서 관료주의로 낭비되는 비용은 연간 650억유로(108조원)로 추산된다.
그러나 관료주의를 없애는 과정 자체가 또다른 관료주의를 불러온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법무부는 지난해 4차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업계에서 400건 넘는 제안을 수집해놓고 11건만 채택했다. 이 가운데 회계서류 의무 보존기간을 10년에서 8년으로 줄이는 규정이 비용절감 효과가 가장 크다고 정부는 예상했다. 그러나 기업인의 69%는 관료주의 철폐법으로도 부담이 거의 줄지 않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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