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아닌 범죄혐의자 구출?…정부 캄보디아 사태 ‘미흡 대응’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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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아닌 범죄혐의자 구출?…정부 캄보디아 사태 ‘미흡 대응’ 도마 위

투데이신문 2025-10-21 17:35: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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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인해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는 현장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인해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는 현장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최근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로맨스 스캠(사기) 등 범죄에 가담해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국내로 송환되면서 정치권에서 정부의 대응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작 납치·감금된 한국 청년들이 아닌 범죄혐의자들이 ‘구출’됐다는 점이 논란점이 됐다. ‘캄보디아 한국인 구출’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격화되며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하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발생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의해 감금·피살된 대학생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한국인 구출 작전에 착수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정부가 전세기를 동원해 송환한 64명 중 다수가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 신분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판이 일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 경찰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이자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자였기 때문이다.  송환 피의자 64명 가운데 구속영장이 청구된 48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전원 구속됐다.

추가로 전날 외교부 조현 장관은 10여명을 추가 체포하고 2명을 구출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구출한 인원보다 체포한 인원이 훨씬 많은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송환을 ‘국민 보호’의 일환이라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구조가 아니라 범죄자 이송”이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재명 정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로맨스 스캠 등 각종 사이버 범죄에 가담한 피의자 64명을 전세기로 송환하며 ‘국민 구출 작전’이라 자화자찬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송환은 구조가 아니라 범죄자 이송”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데 여당 인사들은 ‘첩보영화 같은 구출 작전이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송환 퍼포먼스’가 아니다. 갇혀 있는 우리 청년을 신속히 구출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대통령실과 여당은 캄보디아 사태를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대응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최근 발생하는 캄보디아 범죄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외교적으로 총력을 기울이라”라고 언급한 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지난 15~17일 연달아 브리핑을 진행해 현지 상황 설명에 총력을 가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재외국민안전대책단’을 발족해 김병주 최고위원을 급파하며 한국인 구출을 위해 노력했다.

이처럼 정부합동대응팀과 재외국민안전대책단이 캄보디아로 파견돼 감금된 국민 구조에 나섰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피해자 구출보다 범죄 혐의로 현지에 구금돼 있던 인원 송환이 먼저 이뤄졌다”는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캄보디아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 현황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캄보디아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 현황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책단이 캄보디아에서 구출한 3명의 한국인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맞냐는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대책단 단장인 김병주 최고위원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앞에서 20대 한국인 3명이 현지 경찰에 의해 구출됐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김 최고위원은 구출된 한 한국인의 사진을 SNS에 게재하며 구출 작전 성공을 알렸지만 이를 본 한 교민은 해당 인물의 사진을 공개하며 피해 한국인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정치 쇼’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자든 가해자든 분명한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국민이라는 사실”이라며 구출 작전이 ‘정치 쇼’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의 대규모 송환 작전 이후 현지 범죄조직이 피해자들을 은폐하거나 다른 국가로 분산시키고 있다는 일부 교민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자 소재 파악이 더 어려워지고 구조 가능성도 낮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향후 기존의 스캠 범죄 단지 활동이 동남아의 여타 국가로 옮겨가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심도 있게 논의됐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납치 피해자의 구출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문제는 이번 캄보디아 사태가 정부의 재외국민 보호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도 ‘캄보디아 사태’가 지목되고 있다. 이에 형식적 성과나 외교적 발표보다 실제 피해자 구출과 생명 보호에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책임 공방에 몰두하며 ‘윤석열 정부 책임이냐, 이재명 정부 책임이냐’를 두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정권 간 책임 공방을 넘어 본질적인 문제인 재외국민 보호 체계의 구축과 정부 대응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피의자 송환 자체는 필요한 조치였지만 이를 두고 ‘재외국민 보호를 실현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피해자 구출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정부 입장에서 불가피한 한계로, 캄보디아 정부의 협조 없이는 독자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사안이 국내에서 크게 이슈화되며 오히려 캄보디아 정부를 더 움직이게 한 측면도 있다. 정치적 공방이 외교적 마이너스로 작용하기보다는 일정 부분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는 ‘재외국민 보호 성과’를 과도하게 내세우기보다 ODA(공적개발원조) 조정 등 실질적인 외교적 압박을 통한 구조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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