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코스피와 국내 금 가격이 연초 대비 60% 안팎의 상승률을 나란히 기록하며, 전통적으로 상반된 흐름을 보여온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시장과 귀금속시장 모두로 쏠리며 이른바 '쌍둥이 랠리(Twin Rally)'가 본격화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50포인트(0.30%) 오른 3826.19로 장을 마쳤다. 사상 최고치다. 장중 한때 3893.06포인트까지 치솟으며 4000선 돌파를 눈앞에 뒀으나, 차익 매물 출회로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후 들어 차익실현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상승폭이 축소됐다"며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가 둔화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요 저항선에서 밀렸고, 전날 급등했던 증권주도 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코스피는 연간 기준으로 약 60%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2399.49였던 지수는 이날 기준 약 59.6% 상승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지수를 이끌었고, 조선·자동차·증권 등 경기민감 업종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안전자산인 금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서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전 거래일 대비 3.46%(146.10달러) 급등한 4359.40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금 현물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금 현물 1그램(g)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080원(0.51%) 내린 20만8920원에 마감했지만, 연초(12만7850원) 대비 상승률은 약 63.5%에 달한다.
주식과 금이 이처럼 비슷한 폭으로 동반 상승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6764.66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와 달러 가치 하락이 금값과 주식 상승을 동시에 견인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유동성 장세 때문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마르코 파픽 BCA리서치 수석전략가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달러 약세가 금과 주식이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주요 요인"이라며 "팬데믹 대응 재정지출 종료로 미국 경제 우위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 코리 Pave 파이낸스 수석시장전략가도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 둔화로 기업 이익과 주가가 상승했고, 약해진 달러가 금 투자 매력을 키웠다"며 "인플레이션 안정은 주식에, 달러 하락은 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도 유동성 장세가 강세장을 이끌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광의통화(M2)는 전년 동월 대비 7.1% 증가한 4345조720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7.5% 증가율로 7%대에 진입한 뒤 둔화했다가 다시 반등한 것이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 언제든 투자로 이동할 수 있는 자금을 뜻한다. 이 지표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자산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대기자금'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금 가격과 증시의 동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연이은 신고점 경신 속에 숨 고르기 장세에 들어갔지만,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까지 기대감이 유지돼 긍정적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도 "2026년에도 중국·유럽 중심의 재정지출 확대와 미국·영국의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통화공급 증가에 따라 자금이 주식과 금으로 지속 유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재가속화할 경우 이 같은 동조 현상이 끝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피터 코리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르면 현재의 금·주식 동반 상승은 종료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연준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시장 방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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