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장애인 고용의 핵심 공공기관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조차 지난 10년간 장애인 고용률이 절반 이상 줄어든 가운데, 민간과 공공부문 모두 장애인 고용률이 여전히 5%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21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이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의 장애인 고용률은 2015년 23.8%에서 지난해 11.1%로 급감했다. 10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이에 대해 공단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수가 늘었지만 장애인 고용이 그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15년 23.8% ▲2016년 23.4% ▲2017년 20.8% ▲2018년 14.2% ▲2019년 14.4% ▲2020년 13.9% ▲2021년 13.1% ▲2022년 12% ▲2023년 11.6% ▲지난해 11.1%로 매년 꾸준히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지난 6월 기준) 역시 11.8%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직렬별로 들여다봐도 감소세는 뚜렷하다. 일반직의 경우 2015년에는 상시근로자 426명 중 112명(26.3%)이 장애인이었으나 지난해는 686명 중 110명(16%)으로 떨어졌다. 교사직도 2015년 113명 중 23명(20.4%)에서 지난해 188명 중 19명(10.1%)으로 반토막이 났다.
김 의원은 “공단의 고용률이 ‘밑 빠진 독’처럼 꾸준히 줄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과 공공에 더 많은 고용을 요구하는 정부 정책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며 “공단은 장애인 고용제도의 주무기관이자 모범을 보여야 할 선도 기관이다. 공단부터 책임 있는 자세로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단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2017년부터 외부 업체 용역으로 있던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전체 인원은 늘었지만 당시 전환된 260여명 대부분이 비장애인이었다”며 “그 결과 2018년에 장애인 고용률이 6~7%포인트가량 급격히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고령 장애인 근로자의 퇴직 증가가 지적됐다. 공단 측은 “초창기부터 근무하던 장애인 직원들이 정년 퇴직하면서 자연감소가 발생했고 신규 채용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단은 매년 전체 채용의 10% 정도를 장애인으로 선발하고 있다”며 “올해도 장애인 구분 모집을 통해 채용을 진행 중이며, 단기적으로는 12%, 장기적으로는 13~14%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의무고용률 상향 등 정책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실효성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지난해 기준 민간기업(50인 이상) 3.1%, 공공부문 3.8%이며, 정부는 2029년까지 이를 각각 3.5%, 4%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4년 장애인 의무고용 현황’을 보면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3.03%로 법정의무고용률에 여전히 미치지 못했다. 공공부문 장애인 고용률의 경우 3.9%로 의무고용률(3.8%)을 겨우 상회하는 수준에 그쳤다.
현행 장애인고용부담금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주가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할 경우 부과된다. 올해 기준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아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위반한 기업은 월 1인당 16만7000원을 내야 한다. 고용률이 낮을수록 부담금액이 높아지며, 법에서 정한 의무 고용 인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4분의 1 이상만 채용한 기업은 미달 인원 1명당 매달 12만7000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상시 100명 이상 기업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으면 미달 인원 1인당 125만8000원에서 209만6000원의 고용부담금이 부과된다.
사업주가 매월 고용노동부에 부담금을 신고·납부해야 하는 이 금액은 2022년(12만9000원)보다 인상된 수준이나, 상한선은 여전히 최저임금 이하로 설정돼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차라리 부담금을 내는 편이 낫다”며 고용 대신 납부를 선택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상시 근로자가 많은 20개 기업 중 13개 기업이 민간 장애인 법적 의무고용률에 미달했다. 특히 국내에서 상시 근로자가 가장 많은 삼성전자의 장애인 근로자 비율은 지난해 기준 1.95%였으며, 그 다음으로 상시 근로자가 많은 현대자동차의 장애인 근로자 비율은 2.19%였다.
장애인 노동권 단체는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도 최저임금 수준의 금액만 내면 되는 제도적 허점이 기업의 실질적 채용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조지부(이하 장애인노조) 조영규 지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장애인 한 명을 고용했을 때보다 부담금이 훨씬 적다”면서 “최소한 최저시급 이상은 돼야 하고, 이상적으로는 장애인을 한 명 채용하는 게 더 이익이 되도록 부담금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앞서 장애인노조는 지난 4월 장애인의 날을 맞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의무고용제도 강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조 지부장은 “정권이 바뀐 뒤로 이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사라졌다”며 “고용률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장애인 노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적 보완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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