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1부) 울산 HD의 이청용이 18일 광주FC전에서 선보인 ‘골프 세리머니’가 팀의 귀중한 승리를 덮었다.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하늘을 향해 스윙 동작을 취한 그는 경기 종료 후에도 홈 팬들 앞에서 같은 세리머니를 반복했다. 단순한 기쁨의 표현이 아니었다. 불과 2주 전 경질된 신태용 감독의 ‘골프백 논란’을 정면으로 겨냥한 행위로 읽혔다.
지난해까지 세 시즌 연속 K리그1 정상에 선 울산은 한 시즌 만에 강등권까지 추락했다. 지난 8월 신태용 감독이 부임했지만 11경기 무승으로 부진했고, 구단은 지난 9일 경질을 결정했다. 이후 신태용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고참 선수들의 단체 항명이 있었다. 구단보다 선수의 힘이 더 강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원정 버스에 실린 골프백은 집으로 옮기려던 것”이라 해명했지만, 사진이 유출되며 비난이 이어졌다. 그 중심에 ‘베테랑 그룹’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청용은 신태용 감독의 폭로에 대해 직접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그라운드 위에서 골프 모션으로 응수했다. 팬들의 해석은 명확했다. 신태용 감독을 향한 ‘조롱’이었다. 이청용은 광주전 이후 인터뷰에서 “누가 진솔한지는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신태용 감독의 주장을 부정하며, 자신과 선수단의 입장이 따로 있음을 암시했다.
문제는 그 시점과 맥락이다. 울산은 3연패의 영광에서 한 시즌 만에 잔류 싸움을 벌이는 처지로 내몰렸다. 팬들의 신뢰는 흔들리고, 구단 내부의 갈등은 여전히 봉합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베테랑의 상징인 이청용이 논란의 불씨를 키운 것은 선수단 전체의 이미지를 갉아먹는 선택이었다. 그가 의도한 ‘진실의 표현’이라 해도 리더가 감정의 방향을 경기장 안으로 끌고 들어온 순간, 팀의 위계와 신뢰는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누가 더 진솔한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는 발언은 침묵 속 자제보다는 또 다른 공방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베테랑이자 주장단의 일원으로서, 팀이 강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논란을 부추긴 행동이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팬 커뮤니티에는 “태업 의혹을 스스로 인정한 셈”, “팀이 왜 무너졌는지 알겠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 구단 내부에서도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침묵이 우선”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울산은 불과 1년 전까지 K리그1 3연패를 달성한 절대강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9위로 내려앉았다. 팀 내 갈등과 신뢰 붕괴, 지도자 교체가 반복되며 ‘왕조의 몰락’을 자초했다. 이청용의 세리머니는 단순한 한 장면이 아니라, 그 균열의 상징처럼 비쳤다. 물론 신태용 감독의 폭로가 전부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직 구단의 공식 입장은 없다. 하지만 울산의 위기를 되돌릴 첫 번째 조건이 ‘팀워크 회복’이라면, 베테랑의 행동은 그와 정반대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청용의 스윙은 순간의 카타르시스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팀의 품격과 리더의 무게를 생각한다면, 그 한 번의 세리머니가 던진 파문은 너무 크다. 지금 울산이 보여줘야 할 것은 말도, 세리머니도 아닌 진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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