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는 북극 스발바르 지역의 지난 1만여년간 빙하 환경 변동을 분석해 빙하 후퇴를 조절했던 지형·해양의 복합 요인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극지방과 고산지대의 빙하는 점차 영역이 줄고, 녹아내린 빙하가 바다로 유입하면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빙하 후퇴 과정에서 남겨진 지형·퇴적학적 기록은 과거 기후변화의 과정을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극지연구소 남승일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19년 한국-노르웨이 국제 공동 탐사에서 수집한 노르웨이 스발바르 남부 벨준트(Bellsund) 피오르 일대의 해저 지형 자료와 퇴적층 시료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약 1만5천년간의 빙하 거동과 환경 변화를 복원했다. 분석 결과 유사한 기후 조건에서도 피오르의 구조, 해저 지형, 해수 유입 경로 등에 따라 빙하의 후퇴 속도와 양상이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벨준트와 주변 피오르에 발달한 방파제 형태의 지형은 과거 따뜻한 시기에 빙하의 급격한 후퇴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피오르 입구의 완만한 수심 변화와 협소한 수로 구조가 외해의 따뜻한 해수 유입을 제한해 빙하의 안정성을 높였을 가능성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논문 제1저자인 조영진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뿐 아니라 지형과 해양 조건의 상호작용이 빙하 거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도한 남승일 박사는 “고위도 지역의 빙하 예측 모델을 정교화하는데 핵심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한국과 노르웨이 외에도 독일과 중국 연구진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국제 저명 학술지인 고해양 및 고기후(Paleoceanography and Paleoclimatology)에 게재됐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우리는 극지에 남아 있는 기후변화의 흔적들에서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는 실마리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시대에 빙하 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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