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중국이 미국과 유럽의 고관세 장벽을 피해 전략적으로 한국 전기차 시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125%, 유럽은 4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해 수출길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관세가 낮고 시장 진입이 용이한 한국을 우회지역으로 삼아 대규모 진출을 감행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중국산 전기차가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이미 10%를 넘어섰으며, 지난 1~9월에만 약 5만7000대가 판매됐다. 특히 중국산 수입차 중 80% 이상이 전기차임을 감안하면, 추후 전기차 비중 확대만큼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질거란 얘기다. 이미 BYD를 비롯해 샤오펑, 지커 등 주요 중국 브랜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장악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중국산 전기차의 강점은 뛰어난 가성비로 알려진다. 중국 업체들은 핵심 부품인 배터리, 모터, 전장 시스템을 자체 생산해 제조 단가를 대폭 낮췄다. 주행거리와 충전 효율도 상당히 개선되어 동급 유럽 제품보다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다는 게 업계 설명. 이에 더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스마트 커넥티비티 기능까지 탑재해 품질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 브랜드는 국내 시장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프리미엄 브랜드인 ‘지커’는 내년 1분기 서울·경기 지역에 전시장 개설과 신차 인도를 계획 중으로, 첫 모델로 1회 충전 시 최대 620km 주행 가능한 ‘지커001’을 내놓을 예정이다. 샤오펑 역시 국내 판매를 확정지었으며, BYD는 올해 하반기부터 아토3에 이어 씰, 씨라이언7 등 신차 라인업을 갖추고 중·저가 시장을 공략한다.
반면 국내 완성차 업계는 이러한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력 및 품질 경쟁력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고급화 및 대형화 전략을 내세우는 한편 중저가 모델 개발도 병행 중이다. 제네시스는 전동화 라인 등을 통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기아는 EV3~9로 다양한 고객층을 아우르고 있다. 이와 함께 중저가 시장을 겨냥한 현대차 캐스퍼 EV도 출시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
정부 역시 중국 브랜드 공세를 의식한 듯 정책 차등을 시작했다. 국산 및 친환경 인증을 받은 차량에만 높은 보조금을 지원하고, 중국산의 배터리 안정성, A/S 인프라 등 품질 기준 미달 시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거나 삭감하는 방식을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들이 조만간 렌터카, 택시 등 업무용 차량 시장에까지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며, 국내 산업 보호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와 업계의 긴밀한 협조를 주문하고 나섰다.
현재 중국계 사모펀드 이피니에쿼티파트너스는 한국 렌터카 시장의 1위 롯데렌탈과 2위 SK렌터카)를 인수하면서 중국 브랜드의 간접적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렌터카 시장을 통해 중국 완성차 브랜드의 한국 진입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국내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완성차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기술혁신과 가격 경쟁력, 품질 향상이 중요하지만, 정부의 현실적이고 신속한 보호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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