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김병조 기자] 이재명 정부가 네이버 출신 인사 가운데 2명을 장관에 임명하고, 1명을 대통령실 수석(차관급)에 임명했을 때 네이버와 경쟁 관계에 있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를 지켜본 국민 가운데 상당수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대결 운동장’이 기울어지고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10월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에 벌금 5억원으로 기소된 김범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법원이 네이버와 경쟁 구도를 염두에 두고 내린 판결은 아니겠지만, 결론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룬 모양새가 됐다. 이번 무죄 선고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또 향후 카카오의 경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본다.
먼저, 법적 의미부터 살펴보면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기업인의 경영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또 하나의 판결이다. 이번 김범수 재판에서 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일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판부는 선고문에서 “해당 사건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서 피의자나 관련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얻어내는 수사 방식은 이 사건에서처럼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수사 주체가 어디가 되든 이제는 지양되었으면 한다”고 판결하며 검찰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이 자리에 있지도, 일부 피고인은 구속되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준호 전 부문장은 이번 사건은 물론 또 다른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극심한 압박을 받아 사실과 다른 허위 진술을 했고, 그 점이 이 같은 결과에 이르렀다고 보인다”고 판결했다. 한마디로 이준호에 대한 별건 수사로 압박과 스트레스를 주어서 허위 진술을 받아내 김범수를 기소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에 앞서 우리는 이미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돼 4년 넘게 재판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정을 받은 데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의 사례를 충분히 보았다. 이재용은 1심과 2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경영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에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선고를 받고 나서야 결국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번 판결은 또 단순히 대규모 지분매입이나 주가 상승이 있었더라도, ‘시세조종’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구체적이고 정교한 공모 정황이나 인위적 조작의 목적 등이 입증돼야 한다는 법원의 경향을 보여줬다. 이는 향후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주식매수행위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주가 조작’ 여부 판단의 중요한 판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김범수 위원장이 무죄를 받은 것은 카카오 그룹의 리더십과 지배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제거한 것이며, 계속돼 온 경영 리스크가 한 단계 줄어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금융범죄로 유죄판결이 나면 금융지주, 은행 지분 관련 규제로 인해 우려됐던 카카오뱅크 지배력 상실 등의 가능성이 소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에 따라 그룹 경영의 안정성 회복 기대가 커졌다. 특히 김범수 위원장이 결백 판정을 받은 것은 그룹 내부 및 외부 이해관계자 측면에서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다. 카카오는 최근 AI, 콘텐츠, 모빌리티 등 신사업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는데, 이번 판결로 불필요한 법적 리스크가 축소됨에 따라 본연의 사업 전략에 집중하기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카카오 톡' 개편에 대한 소비자들의 실망감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김범수의 경영 장악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재용과 김범수의 사례에서 우리는 검찰의 무리한 기업인 옥죄기가 기업 생태계를 얼마나 왜곡시키고 경영을 위축시키는지 경험했다. 현재 자본시장법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도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방탄소년단을 성공시킨 K-POP의 대부임에도 출국이 금지돼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에도 동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법원에서 결국 무죄가 된다면 잃어버린 시간과 기회비용은 누가 책임진다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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