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정부가 시행하는 사회복지서서비스 중의 하나인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 서비스의 본인부담금에 대해 국세청이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으로 유권 해석을 내린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사회서비스투자, 가사·간병 방문지원, 일상돌봄서비스, 아이돌봄 등의 서비스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면세를 적용하면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 서비스에 대해서는 과세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
더욱이 국세청은 최근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사업 제공기관이 부가가치세를 탈세한 것으로 보고, 지난 8월과 9월에 걸쳐 세무조사까지 진행하면서 부가가치세 과세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측이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업체 측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탈세한 것으로 보고 세무조사를 강행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베이비뉴스
◇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사업은 대표적인 국가 사회서비스 사업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사업은 출산 가정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 산모의 회복과 신생아 돌봄을 지원하는 국가 바우처 사업이다. 정부지원금과 본인부담금으로 운영되며, 산후 건강 증진과 신생아 안전한 성장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취약계층과 다자녀 가정에 우선 지원되며, 최소 5일부터 최대 40일까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사업은 지역사회서비스투자, 가사·간병 방문지원, 일상돌봄서비스, 아이돌봄서비스 등과 같이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국가 바우처 사업이다.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 법률」은 국민이 돌봄, 보건, 교육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이용권(바우처) 제도의 근거를 마련한 법률이다. 국가나 지자체가 이용권을 지급하면, 이용자는 원하는 제공기관을 선택해 서비스를 받고, 제공기관은 이를 정부에 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쉽게 말해, 사회서비스를 쿠폰이나 카드 형태의 바우처로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사회서비스 사업의 합리적인 운영을 위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본인부담금을 부여하고 있다. 100% 무료로 제공될 경우 필요 이상의 서비스를 과도하게 이용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본인부담금은 바우처 이용 선택의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여러 종류의 사회서비스에 모두 적용되고 있다.
◇ 국세청의 이중잣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서비스 본인부담금만 과세 판단
정부는 2008년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개정해 이용권(바우처) 방식에 의해 장애인·산모·노인 등 취약계층에 제공되는 사회복지서비스는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에 추가했다. 이때 사회복지서비스 중의 하나인 산모·신생아건강관리지원사업도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국세청은 2014년 유권해석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바우처 금액은 면세로 보되, 산모가 직접 부담하는 금액인 본인부담금은 과세 대상으로 해석했다. 이 유권해석에 따라서 산모·신생아건강관리지원 서비스를 받는 산모들이 본인부담금을 낼 때,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금액으로 판단해왔다.
이러한 국세청의 유권해석을 두고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지역사회서비스투자, 가사·간병 방문지원, 노인 돌봄,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아이돌봄 등의 다른 사회복지서비스의 본인부담금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면세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서비스 제공기관 등의 반발이 거세자, 보건복지부는 2008년 개정된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을 근거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사업 역시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임을 재확인하는 공문을 지난해 12월 한국산후관리협회 측에 전달했다.
보건복지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사업 면세사업 여부 검토' 자료를 통해 “바우처 제도는 정부지원금과 본인부담금이 결합된 구조이며, 이를 구분해 과세 여부를 달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가사·간병 방문지원, 아이돌봄 등 유사 사회서비스가 모두 면세 적용을 받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대해서, 국세청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인천지방국세청은 지난 8월과 9월에 걸쳐 인천지역에 있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서비스 제공기관 여러 곳에 대해 세무조사를 시행에 나선 것. 이 사실을 인지한 복지부 출산정책과 측에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서비스의 본인부담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과세하는 것은 법령에 어긋난 것이라며 세무조사 중단을 요청하는 입장을 전했으나,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중단하지 않고 강행했다.
바우처 방식의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를 안내하고 있는 '2009년 개정세법 해설' 370페이지. ⓒ국세청
바우처 방식의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해 부가가치세 면세하는 것이 맞다고 해석한 조세심판원의 결정문(조심-2009-중-4194, 2010.11.29.). ⓒ조세심판원
◇ 국세청 “본인부담금 과‧면세 여부 판단한 사실 확인 안 되지 않느냐”
국세청은 베이비뉴스가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전하자, 21일 답변서를 보내와 “「사회복지사업법」의 사회복지이용권을 대가로 국가·지방자치단체 외의 자가 공급하는 용역은 부가가치세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면서도 “사회복지이용권을 대가로 산모·신생아 돌보미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에 부가가치세 면제가 적용되므로, 국세청에서는 사회복지이용권 외 보호대상자의 부담분에 대해서는 해당 면세규정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해석한 바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조세심판원의 결정(조심-2009-중-4194, 2010.11.29.)에서는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한 바우처 방식에 의해 제공되는 쟁점용역은 면세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으나, 위 결정문에는 쟁점용역 제공대가에 본인부담금이 포함된 경우, 과·면세 여부에 대해 판단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른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면세 적용에도 불구하고,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사업에 대해 과세를 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국세청에서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사업에 대해 사회복지이용권을 대가로 산모·신생아 돌보미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면세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국세청의 입장을 정리하면,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사업은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라는 점은 문제가 없으나, 조세심판원의 결정문에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사업 관련 본인부담금에 대해서는 과세 혹은 면세 여부에 대해 판단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부가가치세 과세를 하겠다는 것. 즉,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사업 본인부담금도 면세'라는 명시적인 법령이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는 게 국세청의 입장인 셈이다.
◇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서비스 제공기관들 “국세청은 스스로의 실수 인정해야”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서비스 제공기관들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서비스에 대해서만 부가가치세를 과세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반발하면서 즉각적인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정환 한국산후관리협회 회장은 "국세청에서는 2008년 부가가치세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업을 면세대상에 추가를 했다. 그 이후 어떠한 법령 개정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부터 돌연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업에 대해 면세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는데 이는 자가당착이자 자기부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서 회장은 지역사회서비스투자, 가사·간병 방문지원, 일상돌봄서비스, 아이돌봄서비스 등 다른 사회서비스이용권 관련 사업의 본인부담금을 부가가치세를 면세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서비스의 본인부담금을 과세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 회장은 ”국세청은 하루빨리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하고 이 사태를 원래 위치대로 돌려놓아 줄 것을 요청하며 중앙정부에서는 정부의 지침만을 믿고 선량하게 사업을 꾸려온 영세한 제공기관들을 상대로 무도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국세청에 대해 제어해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국세청 측에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서비스의 본인부담금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하는 것은 법령에 어긋난다고 입장을 전했으나, 국세청은 제공기관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행하고 있다”면서 “추가적으로 협조 공문을 보내서 문제를 바로잡아주길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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