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까지 월드컵공원서 개최…억새와 어우러진 미디어아트 향연
생태공원서 예술공원으로 진화…소원존·포토존 등 다양한 이벤트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한때 서울의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였던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
이곳 하늘공원은 매년 가을이면 바람에 일렁이는 6만평 은빛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파리떼가 들끓던 불모의 땅에서 자연으로 복원된 하늘공원에서는 2002년부터 서울억새축제가 열려왔다.
올해 24회를 맞는 억새축제는 지난 18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24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억새, 빛으로 물들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를 통해 하늘공원은 생태 복원의 상징에서 예술의 실험장으로 도약을 시도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21일 "하늘공원은 '예술의 언어로 자연을 말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번 억새축제는 도심 속 공원이 어떻게 예술의 무대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자 선언"이라고 소개했다.
축제에서는 은빛 억새와 어우러지는 예술 작품 4점을 관람할 수 있다.
억새밭을 산책하던 시민이 작품 속의 일부가 되고, 단순한 조명이 아닌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작품이 억새밭 사이로 스며들며 공원 전체를 하나의 예술 무대로 바꿔놓는다.
우선 축제 기간 오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하늘공원 중앙로 일대에서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빛의 숨결'이 상영된다.
산책로 입구에는 5명의 작가가 참여한 '미디어아트 파빌리온 2025'가 관람객을 맞는다. 빛·소리·영상이 어우러진 감각적 예술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정지연 작가의 '생명의 빛'은 빛과 인간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구(球)형 조형물이다. 관람객이 직접 내부에 들어가 조형물의 일부가 되는 체험형 작품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박여주 작가의 다이크로익 아트(Dichroic Art) 조형물 '개선문Ⅶ_비욘드'와 아쏘드(Arthod) 작가의 LED 설치작품 '빛의 항해'가 하늘공원 곳곳을 환히 밝히며,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색다른 공간을 연출한다.
이번 억새축제는 자연의 생태적 가치 위에 예술을 더해 '관람형 축제'에서 '참여형 예술축제'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시는 기대했다.
또 세계적으로도 자연 속에서 예술을 만나는 흐름이 보편화되고 있다고 시는 소개했다.
일본 니가타현의 '에치고츠마리 아트 트리엔날레(Echigo-Tsumari Art Triennale)'는 폐교, 논밭, 산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켜 지역 재생의 모델이 됐다.
영국의 '서펜타인 파빌리온(Serpentine Pavilion)'은 런던 하이드 파크를 무대로 매년 세계적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자연과 공간의 관계를 새롭게 제시한 사례로 꼽힌다.
월드컵공원은 본래 난지도라 불리던 한강 변의 섬이었다.
난지도는 물이 맑고 먹이가 풍부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 보고로 불렸다.
하지만 1978년부터 15년 동안 9천200만t 쓰레기가 난지도에 매립되면서 생명이 발붙일 수 없는 거대한 '쓰레기 산'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1993년 난지도 쓰레기 매립이 중단되고, 섬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으며 2002년 5월 난지도는 월드컵공원으로 거듭났다. 나아가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은 생태공원에서 예술공원으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 중이다.
이번 축제에서는 가족·연인·친구와 함께 소망을 적어 보는 '소원존'과 '소원바위', 포토존 등의 이벤트와 억새 꽃다발 만들기, 원데이 가든 드로잉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신현호 서부공원여가센터 소장은 "서울억새축제는 시민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대표적인 가을 축제"라며 "올해는 억새와 예술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한층 더 풍성한 감동을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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