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골목마다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퍼진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간식은 바로 '계란빵'이다. 계란빵은 노릇하게 구워지는 반죽 위로 달걀 하나가 통째로 자리 잡고,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한 손에 들기 좋은 크기, 따뜻한 온기, 달걀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그 맛은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혹은 퇴근길 지하철 출구 앞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 추억의 풍경이다.
겨울철 거리의 대표 간식으로 자리 잡은 계란빵은 한때 소박한 간식으로 여겨졌었지만, 이제는 세계 미식 무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세계 50대 빵 중 하나…“작은 빵 속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CNN이 발표한 이번 리스트에는 프랑스의 바게트, 이탈리아의 치아바타, 일본의 카레 빵, 미국의 비스킷 등 각국을 대표하는 빵이 포함됐다.
선정 기준으로 “기억에 남는 풍미, 지역 재료, 꾸준한 인기를 지닌 빵”을 꼽았다.
CNN이 발표한 ‘세계 최고의 빵 50선’에서 계란빵은 “서울 거리에서 인기 있는 한국식 스낵으로, 단순한 재료가 어우러져 놀라운 만족감을 주는 음식”으로 소개됐다.
또 “작은 빵 안에 보물이 숨겨져 있으며, 치즈나 햄, 파슬리를 더하면 달콤함과 짭짤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라고 평가했다.
간단한 조리법이 만든 세계적 반응
계란빵은 반죽을 얇게 부은 뒤 달걀을 통째로 올려 구워 겉은 노릇하고 속은 부드럽다. 맛뿐만 아니라 균형 잡힌 식사로도 충분하다. 달걀의 단백질, 비타민, 아미노산과 밀가루의 탄수화물, 노른자의 지방과 철분이 어우러져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Korean Egg Bread’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한인 마트에서는 전용 혼합 제품이 출시했다.
유튜브 채널 Seoul Walker가 2023년 12월 공개한 명동 거리 영상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계란빵을 사 먹는 모습이 담겼고, 조회수는 400만 회를 넘어섰다.
SNS에서 퍼진 ‘계란빵 변신 레시피’ 열풍
SNS에서는 계란빵의 변형 레시피가 빠르게 확산했다. 2024년 2월, 구독자 213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Tasty가 올린 ‘코리안 에그 브레드(Korean Egg Bread)’ 영상은 조회수 11만 회를 돌파했다.
‘에그브레드 파르페’는 따뜻한 계란빵 위에 메이플시럽을 얹은 형태로, 기존 길거리 간식을 디저트로 바꾼 레시피다. 이후 ‘#KoreanEggBread’ 해시태그 게시물이 해외에서도 늘어나며, 미국과 일본 SNS에서도 동일한 레시피가 공유됐다.
또한 크림치즈나 초콜릿을 넣은 디저트 형 계란빵, 바질과 파슬리를 곁들인 허브 계란빵 등 새로운 메뉴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시작된 한국형 간식의 역사
이러한 계란빵의 기원은 1970년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당시 포장마차에서 팥빵을 팔던 상인이 팥을 싫어하는 손님을 위해 반죽 위에 달걀을 올려 구운 것이 계란빵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1984년 인하대학교 후문에서 ‘통계란 영양 빵’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기 시작하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가격이 저렴하고 한 개만으로도 포만감이 있어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인하대 후문에는 ‘원조 통계란 빵’이라는 간판이 남아 있다.
1990년대에는 전용 틀과 소형 오븐이 보급되면서 전국으로 퍼졌다. 서울 명동, 대전 으능정이 거리, 부산 중구 남포동 BIFF 광장 등 주요 번화가에서 계란빵은 겨울철 대표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은 지역별로 차이는 있으나 보통 1개에 2000원에 판매한다.
외국인도 줄 서서 먹는 계란빵 명소 3곳
이처럼 계란빵은 작지만 든든하고 영양 구성이 고르게 갖춰져 있어 간식은 물론 한 끼 대용으로도 충분하다. 또한 따뜻하게 구워 바로 먹을 수 있어 겨울철 거리에서 인기가 높으며, 전국 곳곳에는 이를 대표하는 노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후문 ‘통계란 영양 빵’은 1984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원조 노점으로 꼽힌다. 갓 구운 빵을 반으로 갈라 보면 달걀이 통째로 들어 있고,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하다. 오후가 되면 학생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줄을 서며, 고소한 냄새가 골목을 가득 채운다. SNS에서는 ‘원조 에그브레드’ 해시태그로 꾸준히 등장한다.
두 번째로 서울 명동8길 일대의 거리 노점은 외국인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 들르는 곳이다. 해가 지면 김이 자욱하게 오르고, 반죽 위 달걀이 익어가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치즈나 파슬리를 곁들인 메뉴가 특히 인기를 끌며,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길거리 디저트’로 불리며 명동 명물로 자리 잡았다.
마지막으로 부산 중구 남포동 광복로 BIFF 광장은 계란빵, 씨앗호떡이 부산을 대표하는 겨울 간식 명소로 꼽힌다. 부산의 계란빵은 따뜻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반숙과 완숙 중 원하는 굽기를 고를 수 있으며, 영화제 시즌에는 ‘BIFF 에그브레드’로 불린다. 현지인은 물론 일본, 대만 여행객들의 인증 사진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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