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금리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보험사들의 자산·부채 관리(ALM)가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과거에는 단기 수익성과 회계 기준에 맞춘 대응이 우선이었지만, 최근에는 장기채권과 보험부채 만기 불일치가 금융시스템 전체로 리스크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장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부도 듀레이션 갭과 최종관찰만기(UFR) 제도 개편에 나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ALM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편안을 최근 확정했다. 최종관찰만기를 기존 20년에서 30년으로 확대하고,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동시에 자산·부채 간 듀레이션 갭을 경영실태평가의 금리 리스크 항목에 포함시켜, 과도한 격차를 줄이고 금리 변동에 취약한 보험사의 체질 개선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최종관찰만기가 뭐길래…보험사 건전성 관리 부담↓
최종관찰만기는 보험부채를 할인할 때 적용하는 장기 금리의 최대 관찰 기간을 의미한다. 기존 20년 기준 할인율에 30년물 금리를 반영하면, 부채 듀레이션이 길어지고 금리 리스크가 더 크게 체감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30년물 금리가 20년물보다 낮게 형성되는 상황에서, 최종관찰만기 확대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장기 채권 시장을 부채 평가에 포함하는 것은 공정한 보험부채 평가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일부 보험사들은 최종관찰만기 확대가 부채 평가 부담과 순자산 충격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반발했으나, IFRS17 도입 이후 ALM 체계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으면서 금융당국과 보험사 모두 단계적 수용에 합의했다. 이번 확정안은 10년에 걸친 단계적 적용으로 단기 충격을 완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기존에는 20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부채를 할인했으나,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30년 만기를 반영함으로써 장기채 금리를 포함한 부채 평가와 듀레이션 갭 확대가 가능해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단기 재무 부담은 일부 완화되지만, 장기 금리 리스크에 대응하는 ALM 체계 강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기존 건전성 관리가 지급여력비율과 유동성 중심이었다면, 이번 조치는 금리 변동에 따른 순자산 변화를 직접 관리하도록 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단기 부담 완화됐지만…장기 건전성 확보는 ‘과제’
최종관찰만기가 장기 금리를 반영해 부채 평가를 현실화하는 역할을 한다면, 듀레이션 갭은 금리 변동에 따른 순자산 가치 변동성을 관리해 장기적 건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제도다. 최종관찰만기는 평가 방식의 현실화, 듀레이션 갭은 경영체질 개선과 안정성 강화 측면에서 각각 다른 의미를 갖는다.
듀레이션 갭은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로, 금리 변동 시 순자산 변화를 직접 반영한다. 이번 제도 개편에서 주목되는 점은 듀레이션 갭을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해 보험사가 자산·부채 듀레이션 차이를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하도록 명시적으로 요구한다는 것이다. 즉, 금리 변동이 클 경우 순자산이 급격히 흔들리지 않도록 자산 구성, 만기 구조, 장기·단기 채권 비중 조정 등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관찰만기는 단기적 부채 평가 현실화, 듀레이션 갭은 장기적 건전성과 안정성 확보라는 본질적 목적을 가지는 만큼 보험업 본질적 구조 개편에 서로 다른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와 최종관찰만기 단계적 적용, 듀레이션 갭 규제 도입으로 인해일부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규제 완화는 모든 보험사에 긍정적이나, 특히 지급여력비율(K-ICS)이 높지 않고 마이너스 듀레이션 갭이 컸던 보험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과 현대해상이 대표적 수혜 대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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