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가을이 오면 한강은 유난히 아름다워진다. 공기는 차가워지지만 그 속에는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데워주는 온기가 있다. 잠실한강공원 한켠, 작은 컨테이너들이 모여 있는 ‘사각사각플레이스’는 그 온기의 중심에 있다. 그리고 나는 올해 이곳의 스튜디오에서 또 한 번의 계절을 맞는다. 붓을 드는 손끝이 바람결처럼 흔들릴 때마다 문득 생각한다. ‘예술은 결국 사람에게 닿기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닐까.’
10월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주최하는 ‘2025 사각사각 가을축제’가 25일, 26일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잠실한강공원 사각사각플레이스에서 열린다. 주제는 ‘사각사각, 일상에 스며드는 예술’, 나의 작업 세계와 너무도 닮은 문장이다.
나는 이번 축제에서 ‘꿈나무에 소원 적기’라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시민들은 각자의 바람을 포스트잇에 적어 나무에 붙인다. “건강하게 지내고 싶어요”, “꿈꾸는 일을 꼭 이루고 싶어요”, “지금의 나를 잃지 않길...” 그렇게 모인 수많은 마음이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바람에 흔들릴 때, 나는 예술이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라는 걸 다시 느낀다.
사각사각플레이스에는 나처럼 각자의 세계를 지닌 14명의 예술가가 있다. 음악, 미디어아트, 연극, 무용, 심리예술까지. 우리 모두의 작업은 다르지만, 이 축제를 통해 시민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예술의 온기를 함께 전하고자 한다.
올해 가을축제에서는 각 스튜디오의 개성과 감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라온디어’의 예술심리 프로그램, ‘prod.drt’의 비트 메이킹 체험, ‘사카라야콤슨’의 브라질 악기 만들기, ‘스튜디오 호재’의 그림책 색칠, ‘새동전‘의 초상화 그리기, ‘꼴로리’의 레진 아트와 네일팁 꾸미기, ‘주류반입금지’의 드라마 낭독극과 페이스페인팅 등. 중앙무대에서는‘마술사 이시우’의 벌룬쇼, ‘태권코레오’의 퍼포먼스, ‘바공스튜디오’의 재즈 듀오 공연, ‘은유니버스’의 락밴드 무대까지 다채롭게 이어진다.
그리고 14개 스튜디오를 모두 방문하며 도장을 모으는 ‘스탬프 투어’를 완료한 시민은 직접 실크스크린으로 에코백을 제작하는 체험에도 참여할 수 있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에코백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이곳에서 예술과 마주한 시간”의 증표가 된다.
올해의 사각사각 가을축제는 단순한 행사 그 이상이다. 이곳은 예술이 무대 밖으로 걸어 나와, 시민의 하루와 감정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생활 속 예술의 실험실’이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친구와 웃으며 공연을 즐기고, 연인과 함께 노을 진 한강을 바라보는 그 모든 순간이 예술이 된다. 나는 그 한가운데서 시민들과 ‘꿈’을 주고받으며 또 한 번의 계절을 채울 것이다. 누군가의 바람이 나의 그림 속에 스며들고, 나의 색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예술의 모습이자 이번 축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가을의 바람이 불고, 한강 위로 햇살이 부서질 때 사각사각플레이스에서는 예술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예술이 된다. 나는 오늘도 작은 붓을 들고, 그 아름다운 순간을 기다린다.
‘2025 사각사각 가을축제’
주제: 사각사각, 일상에 스며드는 예술
일정: 2025년 10월 25일(토) ~ 26일(일) / 오후 1시 ~ 8시
장소: 서울 잠실한강공원 내 사각사각플레이스
주최: 서울특별시 미래한강본부
문의: 02-3780-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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