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두 전자 대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 디스플레이 전면전에 돌입했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ES 2025(한국전자전)'에서 두 회사는 각각 AI 기술이 결합된 차세대 디스플레이 비전을 공개하며 '화질 경쟁'을 넘어 'AI 지능 경쟁'으로 무대를 옮겼다.
삼성은 비전 AI와 마이크로 RGB, LG는 능동형 매트릭스 마이크로 LED를 전면에 내세워
"디스플레이는 더 이상 화면이 아니라, 지능형 공간의 중심"이라는 새로운 시장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 기술 구조의 차이 : 'RGB 발광 vs 능동 제어'
이번 전시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픽셀 구현 방식의 차이'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RGB TV는 RGB 소자를 각각 독립 구동하는 구조로, 색 순도와 명암 표현력에서 압도적인 물리적 화질을 자랑한다.
이는 삼성의 전통적인 '광(光) 중심' 전략의 연장선으로, 하드웨어 기술력과 광제어 정밀도를 극대화한 모델이다.
반면 LG전자의 매그니트 액티브 마이크로 LED(LSAH007)는 '능동형 매트릭스(Active Matrix)' 방식을 적용해 픽셀 단위 제어를 실현했다.
이는 전자 회로 레벨에서 각 화소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으로, 정밀도와 응답 속도 면에서 진일보한 설계다.
LG는 이를 통해 'OLED 수준의 화질과 LED의 내구성을 결합한 자발광의 진화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컨대 삼성은 빛 자체의 품질을, LG는 제어의 정밀도를 무기로 삼은 셈이다.
앞으로의 승부는 '밝기의 극한'과 '정밀도의 극한' 중 어느 쪽이 더 깊은 몰입감을 주느냐에 달려 있다.
■ AI 엔진 경쟁 : '비전 AI 컴패니언' vs '알파9 6세대'
AI 디스플레이의 두 번째 핵심은 '화면을 해석하고 제어하는 지능 엔진'이다.
삼성은 이번 KES에서 '비전 AI 컴패니언(Vision AI Companion)'을 공개했다.
이는 사용자의 음성·시선·맥락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하고, MS 코파일럿(Copilot)과 퍼플렉시티(Perplexity) 등 외부 AI 생태계를 연동한다.
즉, TV가 단순 재생 기기를 넘어 '대화형 콘텐츠 허브'로 진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LG는 자사 대표 AI 화질 엔진인 'α9 6세대 프로세서(Alpha 9 Gen 6)'를 매그니트에 탑재했다.
이 엔진은 영상의 인물·사물·배경을 구분해 노이즈를 줄이고, 색상 대비를 자동 보정한다.
즉, 인간의 시각 감각을 모사하는 '지각형 AI'로, LG는 이를 '영상 제작자의 의도까지 구현하는 AI'로 규정한다.
삼성이 '사용자 중심의 대화형 AI'를, LG가 '영상 중심의 감성형 AI'를 추구하면서 AI 경쟁은 '콘텐츠 추천'과 '화질 해석'이라는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다.
■ 시장 전략의 차이 : 삼성은 '통합 생태계', LG는 '프리미엄 집중'
삼성과 LG의 시장 접근 전략은 구조적으로 다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SmartThings) 플랫폼을 중심으로 AI홈–AI클래스–AI비즈니스로 이어지는 공간 중심 전략을 펼치고 있다.
모바일·가전·디스플레이가 하나의 생태계로 묶여, "AI를 모든 공간의 운영체계로 확장"하는 구상이다.
즉, 'AI = 서비스 인프라'로 보는 시각이다.
반면 LG전자는 프리미엄 중심의 집중 전략이다.
매그니트 액티브 마이크로 LED를 중심으로 초고가 홈 시네마, 갤러리 디스플레이, 비디오월 등 한정된 시장에서의 기술 우위와 브랜드 가치 극대화를 노린다.
LG는 AI를 "영상 예술의 완성"으로 바라보며, 디자인·감성·몰입감 중심의 프리미엄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요약하면 삼성은 '생태계 확장형 AI', LG는 '기술 정점형 AI'로 각자의 길을 택했다.
■ 브랜드 헤리티지와 이미지 : '기술의 삼성 vs 예술의 LG'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과 LG는 각각의 기술 철학을 브랜드 자산으로 굳혀왔다.
삼성전자는 '기술의 삼성'이다.
세계 최초 QLED 양산, 8K TV, 마이크로 RGB, 스마트싱스 연동 등으로 '하드웨어 혁신과 시스템 통합 능력'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구축해왔다.
이번 KES에서도 "AI가 삶의 인프라가 된다"는 비전을 강조하며 기술적 리더십을 확고히 했다.
LG전자는 '예술의 LG'다.
OLED의 곡선미, 프리미엄 디자인, 예술 전시·건축 협업 등으로 감성적 기술력을 강화해왔다.
이번 매그니트는 "집을 영화관이자 갤러리로 바꾸는 예술적 공간 디스플레이"로 자리매김한다.
기술보다 경험, 기능보다 감성을 중시하는 방향이 LG의 헤리티지다.
결국 삼성은 기술을 전면에, LG는 기술을 감추는 방식으로 감동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두 기업의 브랜드 철학은 명확히 대비된다.
■ 'AI 디스플레이'는 TV의 종착지가 아니라, 지능형 공간의 출발점
2025년 이후 TV는 더 이상 단순한 영상 재생 장치가 아니다.
삼성과 LG가 그리는 미래는, TV가 집·사무실·상점의 '두뇌'로 진화하는 시대다.
삼성은 AI를 통해 모든 기기를 연결하고, LG는 AI를 통해 화면 하나로 인간의 감각을 재현한다.
이 경쟁은 결국 '화질'이 아니라, '경험의 품질(Quality of Experience)' 싸움이다.
삼성의 통합 지능과 LG의 감성 지능이 맞서는 가운데, 한국 전자산업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AI 디스플레이의 주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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