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 '데뷔 32년' 설경구의 고민…"점점 꺼낼 카드가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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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 '데뷔 32년' 설경구의 고민…"점점 꺼낼 카드가 없어집니다"

뉴스컬처 2025-10-21 10:04: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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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뉴스' 설경구. 사진=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설경구. 사진=넷플릭스

[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1993년 연극 무대로 데뷔해 30년 넘게 연기하고 있다. 영화 데뷔작 '박하사탕'(1999)부터 폭발적인 연기력을 뿜어내며 단숨에 충무로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후 '공공의 적' '오아시스' '광복절 특사' '실미도' '해운대' 등을 잇따라 흥행 시키며 200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었다. 

'불한당'을 통해 '지천명 아이돌' 타이틀을 얻었고, '자산어보' '킹메이커' 등으로 유수의 시상식에서 주연상을 휩쓸었다. '길복순'부터 '하이퍼 나이프'까지 OTT에서도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자타공인 대(大)배우 설경구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로 또 한 번 연기 변주에 성공한 설경구가 '대 배우'라고 칭하자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자신의 '연기'에 대해 남몰래, 깊이 고민하고 있음을 털어놨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설경구를 만났다. '굿뉴스'와 관련한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굿뉴스'는 1970년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 영화다. 설경구는 극 중 정체불명의 해결사 '아무개'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블랙코미디여서 진입장벽이 높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변성현 감독이 코미디를 했던 것도 아니고,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비꼬고 풍자하는 것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부산영화제 때만 해도 작품을 제대로 못 봤다. 기자들이랑 함께 봤는데 집중을 못 하겠더라. 힐끔힐끔 사람들 반응을 살피느라 바빴다. 제작비에 대한 부담,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이 당연히 있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설경구는 "결과적으로 책보다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변 감독부터 촬영, 미술 감독 모두 진짜 열심히 했다. 미세한 것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다시 찍고, 또다시 찍었다. '당신들 진짜 원 없이 했지?"라고 했더니 '그렇다'고 말하더라'"라며 웃었다.

'굿뉴스' 스틸. 사진=넷플릭스
'굿뉴스' 스틸. 사진=넷플릭스

설경구는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작품에서 선보인 무게감 있는 이미지를 벗고, 능청스럽고 가벼운 모습으로 '아무개'를 연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변 감독이 '불한당'으로 빳빳하게 펴 놨다가 '굿뉴스'로 다시 구겨 버렸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굿뉴스'는 '불한당'부터 '킹메이커' '길복순'에 이어 변 감독과 함께하는 4번째 작품이라는 것이 주목할 포인트다.

설경구는 "변 감독이 많이 고민했다. 계속 자신의 작품에 출연시킨 배우가 또 똑같은 모습으로 등장하길 원하지 않았다. 양복 빼입고 나오는 인물이면 아마 (나를) 안 썼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나 또한 변 감독이 아니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개' 역할에 확신을 갖기 힘들었다"고 했다.

계속해서 설경구는 "'아무개'는 다른 사람들과 섞이면 안 되는 캐릭터였다. 따로 논다. 다른 배우들과 호흡이 안 맞았다는 것은 최악의 평가인데, 그걸 대놓고 하라니까 답답하더라"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설경구는 "그래서 처음엔 변 감독을 의심했다. 연기 하면서도 '이렇게 하는게 맞아?'라고 여러 번 물었는데, 그때마다 맞다고 하더라"라며 "내 안에서는 계속 의심했다. 하지만 변 감독을 누구보다 잘 알지 않나. 감독이 설계를 제대로 해 놨다고 믿고, 따라갔다"고 말했다.

'굿뉴스' 설경구. 사진=넷플릭스
'굿뉴스' 설경구. 사진=넷플릭스

설경구는 변 감독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는 "장르 욕심이 대단히 많다. 나와 함께한 네 작품 모두 장르가 다 다르다. 그래서 앞으로 또 어떤 장르를 선보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드라마를 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라며 "작품을 거듭할수록 만듦새도 점점 촘촘해지더라.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 와중에 자신만의 스타일리시함은 고수하더라"라고 했다.

이어 설경구는 "호흡이 척척 맞는다기보다 늘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이다"라며 "지금까지 두 번, 세 번 함께한 감독이 있지만 작품은 다르지 않나. 늘 처음처럼 긴장한다. '저 감독, 잘 아니까'라는 생각을 하기보다 오히려 더 걱정한다"고 전했다.

또 설경구는 "변 감독 현장은 그리 즐겁지 않다. 유쾌하게 떠들면서 촬영하지 않는다. 고민하면서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곳이다. 그런데 그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재미있다"라며 "늘 변 감독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책이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하다. '굿뉴스'도 그랬다. 변 감독은 확신을 갖고 속도를 붙이기 전까지 밥도 못 먹더라. 결국,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걸 보면서 또 한 번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굿뉴스' 설경구. 사진=넷플릭스
'굿뉴스' 설경구. 사진=넷플릭스

현시점 설경구는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그동안 하지 않았던 새로운 연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나 작품을 우선으로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것이 아니어도 변주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좋겠다. '아무개' 역할도 영화 '오아시스'의 홍종두부터 시작해서 변주했다. 외형을 봤을 때부터 '쟤 뭐야?'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나. 어떤 분들은 '공공의 적'의 강철중 이야기를 해서 놀랐다. 전혀 생각 못 했는데 보는 분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경구는 "이전에 했던 걸 다시 써먹는 것처럼 부끄러운 것이 없다. 이야기만 다르고 똑같은 스타일의 캐릭터를 가져오면 부끄러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설경구는 자신을 '대 배우'라고 칭하는 기자의 말에 손사래를 치며 "연기에는 '장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하면 할수록 보여줄 수 있는 폭이 좁아진다. 꺼낼 카드가 없어진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하루하루가 숙제다. 즐겁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또 설경구는 "안 했던 걸 계속 찾으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도 반복해서 나오는 제 표정이나 말투 등, 그런 것들이 괴롭다"라며 "노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늘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굿뉴스'는 공개 이후, 변성현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 허를 찌르는 블랙코미디로 호평받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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