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정부가 내년 1월부터 해외송금 통합관리시스템(ORIS)을 가동해 모든 업권의 송금 내역을 실시간 추적·관리하기로 했다. 불법 ‘쪼개기 송금’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해외송금 관리가 한층 강화된다.
이에 따라 빠르고 저렴한 블록체인 기반 송금 수단인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은 제도화가 본격화될 경우 수익구조 변화와 경쟁 격화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위협’보다는 ‘기회’로 인식하며 신사업 발굴에 나서는 분위기다. 다만 익명성·자금세탁 등 잠재 리스크가 커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필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시간·국경 초월 송금…‘디지털 달러’로 주목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실물 자산 가치에 1대 1로 연동된 디지털 자산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중개은행 없이 빠르고 저렴한 송금이 가능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송금 속도와 비용 면에서 기존 시스템보다 확실한 장점이 있다”며 “사용자는 24시간, 국경을 초월해 즉시 송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디지털 달러’로 불리며, 달러 보유 및 이체 수단으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송금 규제가 강화될수록 스테이블코인의 효용성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실험 단계”…엇갈린 금융권 시선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진입을 앞두고 금융권은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업권별로 기술적 테스트와 시범 운영을 진행 중이지만, 법적 기반이 부재한 만큼 신중론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송금 수단으로 활용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코인 기반 결제나 송금이 상용화되기 위해선 제도적 틀과 기술 안정성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낙관론도 존재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해외송금 분야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이 가장 두드러진다”며 “제도 정비가 이뤄진다면 송금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은행권 수익구조에도 ‘지각변동’ 예고
스테이블코인은 본질적으로 기존 금융권의 일부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만큼, 수익성 변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발행 주체가 은행으로 제한될지, 핀테크 등 비은행권에도 열릴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며 “제도화가 추진되면 고객 신뢰도가 높은 은행권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핀테크가 초기 수수료 경쟁으로 시장을 확장했지만 결국 은행들도 유사한 혜택을 제공하며 균형을 맞췄던 것처럼,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도 기술 격차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제도와 방향성이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예단하긴 어렵다”며 “업권 간 경계가 허물어져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 반드시 반가운 변화만은 아닐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위협보다 기회’…리스크 관리 병행 과제
전반적으로 금융권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제도화가 본격화되면 송금 효율성과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금융시장 전반의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나 블록체인 송금 기술은 모든 금융 주체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지겠지만, 그만큼 시장 혁신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은 필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신사업을 검토 중이지만, 자금세탁방지(AML)·고객신원확인(KYC) 등 안전장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 결제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발행·환급·준비자산 구조의 투명성과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익명성을 악용한 불법 송금·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감독 체계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투명한 발행 구조와 철저한 감독 시스템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향후 정책 방향이 시장 혁신의 속도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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