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산 콩수입 '0'…美농가 애태워 트럼프 돌려세우기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의 지난달 대(對)미국 희토류 영구자석 수출량이 전월 대비 29%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세관) 집계 결과, 9월 수출량은 420.5t으로 8월보다 28.7% 줄었다.
이는 이달 9일 중국이 희토류에 대한 추가 수출통제 단행 이전 집계다. 이를 고려할 때 중국의 대미 희토류 영구자석 수출은 지속해서 줄어들 전망이다.
란타넘족 원소와 스칸듐, 이트륨 등 희토류 원소를 합금으로 만든 희토류 영구자석은 전기자동차, 풍력발전기, 엘리베이터, 드론, 스마트폰, 에어컨 등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중국은 지난 4월 4일 희토류 17종 가운데 중(重)희토류 7종의 대미 수출을 통제한 바 있으며, 이를 근거로 중국 당국은 대미 희토류 수출을 줄여왔다.
중국은 지난 6월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칩인 엔비디아의 H20 수출 재개 대가로 대미 희토류 수출 압박을 느슨히 했다가 다시 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중국은 이달 9일 사마륨, 디스프로슘 등 희토류를 추가로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하고, 특히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도 중국산 희토류가 0.1%라도 포함돼있거나 중국의 정제·가공 기술을 이용한 경우 중국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희토류 수출 통제를 크게 강화한 바 있다.
중국은 오는 12월부터 중국 기술을 사용해 중국 외부에서 생산된 희토류 제품에 대해서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중국의 희토류 및 그 가공품 수출 통제는 글로벌 공급망에 큰 충격을 안겼으며, 지난 6월 글로벌 자동차기업인 포드는 미국 내 생산라인을 일시 중단해야 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 신문은 세계 최대 희토류 자석 공급국인 중국이 그 지배력을 최근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미국은 유럽연합(EU)을 포함한 동맹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중국과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양 갈래 대책을 강구하고 있어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중국의 희토류 '강공'을 "중국 대 세계"의 대결로 규정하고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비판하면서 동맹과 협력해 가능한 이른 시기에 희토류 공급망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EU도 중국의 '마이웨이 희토류 공세'에 맞서 미국과의 연대 방침을 굳히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베선트 장관은 오는 24일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통화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미 공언한 대중 100% 추가 관세를 염두에 두면서 "3자리 관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고 SCMP는 전했다.
내달 10일 미중 제2차 관세휴전 만료를 앞두고 양국이 한 치 양보 없는 무역 협상 수 싸움을 하는 가운데 중국은 희토류 장악력을 무기 삼아 미국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협상에서 중국은 미국의 100% 추가관세 부과 및 AI용 첨단반도체 기술 제한 조치에 대해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 이외에 조선산업, 대두 및 식용유 수입 이슈도 미중 핵심 이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아예 중단함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대두 농가를 곤경에 빠트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중국 해관총서 집계를 보면 올해 들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서서히 줄여온 중국은 지난달 수입 중단 조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SCMP는 전했다.
지난 1∼8월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량은 1천680만t으로 이는 2023년과 2024년 연간 수입량과 비슷하지만, 9월에는 아예 수입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에 모종의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특히 중국의 지난달 대두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난 월별 최대치를 기록했고, 그 가운데 대부분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산이었다.
이를 두고 중국 당국은 수입선 다변화라고 밝히고 있으나, 사실상 미국을 압박하려는 조처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외교가에선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 개최 여부와 그 내용이 미중 무역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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