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김병주의 눈물, ‘정치쇼’인가 진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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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김병주의 눈물, ‘정치쇼’인가 진심인가”

투데이신문 2025-10-21 09:47: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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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이 20일 최고위원회의 백브리핑에서 캄보디아 구금 사태를 설명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KBS유튜브 캡처]<br>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이 20일 최고위원회의 백브리핑에서 캄보디아 구금 사태를 설명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KBS유튜브 캡처]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이 언론 백브리핑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백브리핑은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이긴 하지만 보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공식 기자회견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육군 대장 출신인 ‘강골’ 김 최고위원이 눈물을 보인 것이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많습니다.

눈물의 사연은 그가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민주당 재외국민안전대책단장 자격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해 현지 한국인 구금자 몇 명을 구출해오는 성과를 설명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캄보디아 출장 성과 글을 게시한 데 이어 19일에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 청년의 송환 소식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캄보디아의 한 교민이 페이스북에 “실제 구조는 현지 교민들이 조용히 진행해왔으며, 김 최고위원은 단 이틀 일정으로 방문한 것뿐”이라고 밝히면서 ‘정치쇼’ 논란이 일었습니다. 마침 김 최고위원은 그날 아침 4개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캄보디아 출장에서 한 일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비록 이틀이었지만 자신이 성심을 다해 한국인 몇 명을 구출해오는 성과가 ‘정치쇼’에 묻히자 억울했을 법도 합니다. 김 최고위원은 20일 백브리핑에서 캄보디아 동포 사회에서 제기된 ‘정치쇼’ 논란에 대해 “그것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쇼나”면서 “어떤 의견이든 국민의 권리지만 악용되는 루트가 있다면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정치인의 첫 번째 임무”라며 “이번에도 그런 심정으로, 절박함으로 했다. 이게 정치적으로 어떻게 쇼냐”고 되물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이번 이틀간 일정에 대해 “절박함으로 움직였을 뿐, 홍보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평소 강직하기로 소문난 김 최고위원은 25분가량 말을 이어가다 결국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또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구독자가 51만 명에 달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일로 단 한 건의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에 따르면 그는 보도자료도 상·하원 방문, 간담회 관련 두 건만 냈다고 합니다. 캄보디아 출장을 홍보용으로 갔다면 유튜브 등에 적극적으로 그것을 알렸을 것인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정치인의 숙명과 마주합니다. 국회의원은 아무리 열심히 의정활동을 해도 그것이 언론이나 다른 미디어로 공개되지 않는 이상 ‘없던 일’이 됩니다. 홍보는 그들에게 숙명입니다.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공동취재단]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공동취재단]

이는 꼭 홍보라는 단어가 아니어도 국민들의 ‘알 권리’라는 말로도 대체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각각의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공적인 업무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는 곧 국회의원의 활동에 대한 검증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의원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리지 않는다면 그 또한 ‘책임 방기’라는 비판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의 ‘홍보’가 사실 도를 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국회에는 하루에 7~8차례 공개 토론회가 열립니다. 상임위 별로 온갖 주제의 토론회가 주로 의원회관에서 열립니다. 상임위별로 비슷한 주제가 쏟아지기도 하는데 이때 의원들은 서로 ‘참석해주기 품앗이’를 합니다.

문제는 이들의 토론회가 거의 ‘사진찍기 홍보용’으로만 기능한다는 것입니다. 토론회에 가보면 맨 먼저 하는 일이 의원들 ‘인증샷’입니다. 일종의 관행입니다. 혹자는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그 어색한 순간을 적당히 넘깁니다. 그런데 사진찍기 미션이 끝나면 때로는 단체로 우르르, 때로는 하나 둘 씩 눈치를 보며 토론회 도중 의원들은 빠져나갑니다. 결국 남은 사람은 발제를 맡은 전문가들입니다.

사실 국회의원들이 바쁜 와중에 토론회까지 참석해서 끝까지 토론을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토론회 의제들은 대부분 중요한 것이 많습니다. 의원들이 보좌관들의 ‘엑기스 말씀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현안을 꿰뚫고 있어야 정책의 완성도도 높아집니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인증샷 미션이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립니다.

의원들이야 ‘공부’를 했다고 할 수 있지만, 사진만 찍고 돌아서는 토론회 참석을 ‘개인 홍보’로 치장하는 행위는 후안무치한 것입니다. 물론 일부 의원들의 경우 끝까지 남아 토론회를 경청하고 토론도 활발히 합니다. 그런데 참석자들은 그렇게 열심히 하는 의원들을 오히려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사진만 찍고 가는데 왜 저렇게 열심히 하시나’ 하는 표정들입니다.

이 지점에서 김병주 최고위원의 ‘사진쇼’ 논란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현재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캄보디아 한국인 구금 사태에 대해 집권여당 최고위원이 직접 현지에 출장을 가서 몇 명을 데리고 오는 성과를 올린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김병주’라는 개인이 아니로 여당의 중량급 인사가 이번 사태에 그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한 언론의 주목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사건 해결과 진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들과 만나는 것은 중요한 정치행위다. 그들과 소통하고 그 사실을 적극 홍보하는 것도 중요한 의정활동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10월 2일 오전 서울 용산역을 찾아 귀성길에 나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공동취재단]
국회의원들이 국민들과 만나는 것은 중요한 정치행위다. 그들과 소통하고 그 사실을 적극 홍보하는 것도 중요한 의정활동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10월 2일 오전 서울 용산역을 찾아 귀성길에 나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공동취재단]

하지만 이번 캄보디아 한국인 구금 사태에는 또 다른 ‘물밑 조력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박찬대 의원입니다. 박 의원은 지난 8월부터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감금됐던 한국인 16명을 구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문제가 이슈로 터져 나오기 전부터 외교부와 캄보디아 현지 영사관 등과 협조해 많은 피해자들을 구출했습니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의원은 자신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자신이 만약 홍보에 욕심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그 사실을 적극 알렸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자신의 존재감이 드러나긴 했지만 일의 순서는 한국인 피해자 구출이 우선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원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보좌관들은 지금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한 줄이라도 의원의 질의가 언론에 나가야 그 사실을 ‘박제’해 지역구에 뿌릴 수 있습니다. 의원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꼭 수행비서를 데리고 다니는데 대부분 그들의 목에는 카메라가 걸려 있습니다. 찍고, 홍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건 기본 옵션이고 능력 있는 보좌진들은 의원들을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나 유명한 매체에 출연하는 것에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리는 한정돼 있고 ‘유명세’는 일부 의원들에게 한정되고 맙니다.

정치가 너무 감각에 의존하는 감성정치로 매몰되고 있습니다. 고성을 질러야 카메라 세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욕설도 기본입니다. 그렇게 하면 의원들 이미지가 나빠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런 ‘저항 정신’은 지역구에서 칭찬과 열정으로 소비됩니다. 국민만 바라본다는 정치인들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좋아하고 추종하는 ‘우리 편’들에게만 잘 보이면 그만입니다.

김병주 최고위원으로서는 비록 이틀간의 출장이었지만 3명 구출이라는 성과가 ‘정치쇼’에 묻힌 것이 억울해 눈물까지 흘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눈물도 이제 너무 뻔한 감성의 소재가 돼 버렸습니다. 지지자들은 더 강한 무언가를 원하고 있습니다. ‘더 거칠게, 더 독하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질러버리라’고 꼬드깁니다. 정치인의 존재이유를 묻게 됩니다.

정치가 진심보다 연출을 요구하고, 신념보다 스토리를 강요하는 시대입니다. 카메라 앞의 눈물은 그 진정성이 의심받고 카메라 뒤의 침묵은 그 존재조차 흐릿해집니다. 눈물보다 진한 건 양심과 진실입니다. 그걸 구별하는 눈을 가지라고 배우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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