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 임기가 반년도 안 남으면서 지주는 폭풍전야인 모습이다. 우리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10명이 임 회장 연임 여부에 영향을 받을 거란 관측 속에 대거 교체 가능성도 생겨서다.
임 회장은 종합금융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음에도 연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우리금융은 막 걸음마를 뗀 증권사에 재정을 지원해줘야 하며 최근 인수한 생명보험사들에는 과징금과 매각위로금까지 대신 지급해줘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한마디로 비은행 강화는 갈 길이 멀다. 연임을 뒷받침해주는 지주 실적도 임기 동안 은행‧비은행 모두 4대 금융 중 가장 뒤처졌다. 우리금융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 논란은 신뢰가 생업인 금융사 수장으로서 여전히 임 회장에게 치명타다.
계열사 CEO들, 임 회장 연임에 달려
임 회장 연임 여부를 두고 우리금융 계열사들이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계열사 16곳 중 10곳 수장이 오는 12월 31일 임기가 끝나지만 임 회장 임기도 내년 3월까지여서다. 업계는 내달 중순 임시 이사회를 열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의결하고 이르면 내달 말부터 경영승계절차에 돌입할 거라 보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 2023년 3월 24일 취임했다.
임 회장 연임이 불발된다면 계열사 10곳도 신임 CEO로 새 판을 짜게될 확률이 높다고 업계는 관측한다. 회장 거취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계열사 대표 연임을 확정하기엔 부담이 따르는 만큼 CEO 인사가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우리금융에서는 손태승 전 회장을 두고 연임 여부를 확정 짓는 일이 지연되면서 계열사 CEO 인사 선임 시기도 함께 밀렸다.
올해 말 CEO 임기가 끝나는 곳은 우리은행‧동영생명‧우리카드 등 주요 계열사를 제외한 10곳으로 우리투자증권‧우리금융캐피탈‧우리자산신탁‧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펀드서비스‧우리에프아이에스‧우리신용정보‧우리금융에프앤아이‧우리자산운용‧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이다. 우리벤처파트너스 CEO 임기는 임 회장과 같은 내년 3월까지다.
임 회장은 지난해 임기 만료를 앞둔 자회사 CEO 6명 모두 교체를 강행했다. 비은행 계열사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면서다. 또한 올해 선임된 우리자산신탁‧우리신용정보‧우리금융캐피탈‧우리금융에프앤아이‧우리펀드서비스 5곳 CEO는 이례적으로 임기를 2년이 아닌 1년으로 뒀다. 업계에선 조직 내 긴장감을 고취시키고 성과 중심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였다는 해석이 나올 만큼 조직 재정비를 위해 성과를 감안한다면 교체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험 인수했지만…험난한 비은행 강화
임 회장이 임기 동안 이룬 업적은 증권사 출범과 보험사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갖춘 점이다. 그간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비은행 비중이 홀로 한 자릿수였던 우리금융은 그 비중이 올해 상반기 기준 약 20%로 상승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거둔 지난해 손익을 합산 반영해서다. 보험사 인수에 따른 영향은 오는 24일 발표될 3분기 실적부터 포함된다.
종합금융체제는 갖췄지만 비은행 강화를 향한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우투증권은 실적이 지난 1분기 10억원에서 2분기 16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아직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그만큼 우리금융이 자본 부담을 져야 한단 얘기다. 임 회장은 지난달 29일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우투증권에 대한 증자 계획을 밝혔다. 업계는 이에 대해 우투증권이 보이는 초기 성장세를 강화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본다.
동양‧ABL생명은 실적 부진이 심화하고 있지만 투자 지원이 증권사로 넘어가면서 당장 자금 지원을 받기는 어렵게 됐다. 동양‧ABL생명은 지난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각각 868억‧3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1%‧29.3% 감소했다. 자본건전성 부문에서도 지난 6월말 기준 동양‧ABL생명은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비율이 각각 175%‧169.1%였다. 양사 모두 업계 평균 200.9%에 미달하는 데다 특히 ABL생명은 경과조치를 적용받기 전엔 105.4%에 불과해 건전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보험사 규제가 수익성 개선에 적잖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방카슈랑스(금융기관보험대리점) 관련 특정 생보사에 대한 상품 비중 규제를 33%로 완화했지만 금융지주 계열사 상품에 대한 판매 비중 규제는 기존 25%를 유지했다. 우리은행은 방카슈랑스 부문에서 동양‧ABL생명 상품을 도합 25% 이상 판매할 수 없어 수익 창출로 그룹 순익에 기여할 수 있는 비중이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우리금융은 보험사가 내야할 과징금과 매각 위로금도 감당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동양생명에 과징금 약 150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22년 금감원이 실시한 검사에서 동양생명이 고객 신용정보를 무단으로 제공했던 부분이 제재심으로 결론이 나면서다. 두 보험사와 인수후통합(PMI)을 거치는 과정에서 우리금융은 두 보험사 노동조합이 요구했던 매각 위로금도 부담하게 됐다. 관례상 매각위로금은 양사 모기업이었던 다자보험이 지급할 책임이 있으나 이를 외면하자 우리금융은 원활한 PMI를 위해 부담을 떠안았다.
내부통제 치명타…부진한 실적에 정책 공언만
임 회장이 재직하는 동안 불거진 내부통제 문제는 여전히 그의 연임을 발목잡는 아킬레스건이다. 우리금융은 우투증권이 올초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보험사 인수가 주목되기 직전까지 내부통제 문제로 시끄러웠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과 관련해서는 금감원이 지난해 8월 지주 경영진을 두고 늑장보고를 지적해 임 회장은 은폐 의혹을 받았다. 지난 2월엔 금감원이 해당 사건 관련 부당대출액 750억원 중 451억원이 임 회장 임기 중 취급됐음을 공개했다.
이러한 내부통제 심각성은 보험사 인수에도 발목을 잡을 정도였다. 임 회장은 금융당국에 지난 1월 동양‧ABL생명을 자회사 편입을 신청했지만 인수가 무산될 위기를 겪었다.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 2월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가 3등급으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3등급은 원칙상 자회사 인수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5월 조건부 허가를 내주면서 임 회장은 지난 7월 1일에서야 겨우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임 회장 임기 내내 우리금융 실적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언제나 뒤처졌기에 새 수장을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23년 우리금융의 순익은 2조5063억원을 기록하며 홀로 2조원대였으며 KB금융과 신한금융은 4조원대, 하나금융은 3조원대였다. 다음해인 2024년 우리금융의 순익은 3조860억원으로 올랐음에도 4대 지주 증 가장 낮았다. 지난 상반기 순익 또한 우리금융은 1조5513억원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1조원대였다. KB‧신한금융은 3조원대, 하나금융은 2조원대였다.
우리금융은 비은행이 취약해 지난 상반기 순익만 하더라도 우리금융(1조5513억원)보다 우리은행(1조5573억원) 실적이 높을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금융 실적이 꼴찌였던 건 비은행 때문만은 아니다. 임 회장 임기 동안 우리은행도 4대 은행 중 순익이 가장 낮았다. 지난 2023년엔 우리은행 순익이 2조5056억원으로 KB‧신한‧하나은행 모두 3조원대였음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우리은행 순익은 가장 적었으며 올해 상반기 순익이 2조원대인 4대은행도 우리은행뿐이었다.
임 회장은 우리금융에 내부통제 체계 재건이 필요하다며 4대 쇄신안을 세우고 이행했지만 정작 본인 임기 중에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이 실행된 정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함구하고 있다. 신뢰가 가장 중요한 금융기관 수장으로서 부정행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최근 임 회장은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데만 앞장서는 모양새다. 지난달 임 회장은 생산‧포용금융을 위해 향후 5년간 80조원을 집행할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두고 업계에선 정부 눈치를 보며 반영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한편 더리브스는 우리금융 측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
Copyright ⓒ 더리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