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의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핵심 거점인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가 독자적인 로비 활동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선업 부흥을 핵심 국정 과제로 삼은 만큼 필리 조선소를 통한 미국 정치권 네트워크 확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미국 상원에 제출된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필리 조선소는 '하비 런 스트레지스(Harvey Run Strategies LLC)'와 로비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한화그룹의 모든 미국 내 로비 활동이 한화큐셀 아메리카를 통해 진행돼 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란 평가다. 보고서에 명시된 로비 목적은 '미국 조선소 자본 투자'로 확인됐다.
하비 런 스트레지스는 2019년 설립된 로비 업체다. 필리 조선소와 계약을 체결한 담당 로비스트는 회사 대표이자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인 팻 미한(Pat Meehan)이다. 팻 미한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미 연방 국토안보위 소속 하원의원으로 재직한 인물이다. 4선 의원이던 팻 미한은 재선 실패 직후 로비스트로 전향했다.
미 하원 국토안보위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창설된 위원회로 미국 안보와 관련된 모든 정책과 법률을 다루는 곳이다. 항만 보안 및 조선업 관련 법안도 국토안보위 소관으로 필리 조선소와 연관성이 깊다. 미국은 최근 조선업을 핵심 안보 산업으로 지정하고 관련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워싱턴 정가에서 전직 정치인들이 로비스트로 전향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정치권 출신 로비스트들은 '회전문(Revolving-door)' 로비스트로 불리며 업계에서 특별 대우를 받는다. 특히 선출직 정치인 출신들은 전관예우 및 높은 수준의 인적 네트워크를 기대할 수 있어 일반 로비스트보다 2배에서 10배가량 높은 몸값을 받는다.
한화그룹은 매년 미국에 대한 로비 금액을 크게 늘려나가고 있다. 연도별 한화그룹 미국 로비 금액은 2022년 △90만달러(약 12억원) △2023년 227만달러(약 32억원) △2024년 605만달러(약 86억원) △2025년 상반기 267만달러(38억원)으로 집계됐다.
필리 조선소가 단독 로비 행위에 나선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강화를 염두에 둔 행보로 분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한화큐셀 미국법인을 통해 그룹 전체 로비 행위를 진행해 왔다"며 "필리 조선소가 단독 로비를 시작한 것은 해당 시설이 한화그룹의 미국 사업 핵심이란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업 부흥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만큼 필리 조선소를 중심으로 미국 내 사업을 더욱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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