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일본·EU와 체결한 것처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매우 공정하고 환상적인 무역협정을 맺을 것”이라며 대중 협상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달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 주석과의 회담을 예고한 그는 “협상 결렬 시 대중(對中) 관세율을 최대 155%까지 인상하겠다”고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미·중 무역전선은 관세를 넘어 희토류·항공부품·핵심광물까지 전방위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중국, 이미 55% 관세 지불 중…합의 없으면 155%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앤서니 앨버니즈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중국은 지금도 관세 형태로 막대한 돈을 미국에 지불하고 있다”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11월 1일부터 최대 155%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우리를 존중해왔지만, 협정을 거부한다면 큰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함께 번영하길 원하지만, 일방적 번영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체결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이번에는 진정으로 훌륭하고 환상적인 협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발언을 넘어 ‘트럼프 2기형 무역질서 복원’을 향한 신호로 해석된다.
◇희토류 통제 맞불…“보잉 부품 공급 중단도 가능”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데 대해 “나는 관세로 맞섰고, 항공기 부품으로도 대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은 보잉(Boeing)의 부품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공급이 중단된 적도 있으며, 그 결과 중국 항공기 400여 대의 운항이 멈췄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에 대한 미국의 ‘산업 공급망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단순한 관세 대응을 넘어 기술·제조·부품망 전반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한·일·EU와 공정한 협정”…투자 이견에도 동맹 띄우기
트럼프 대통령은 “EU도 한때 우리를 이용하려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일본·EU, 그리고 시 주석을 만날 한국과도 매우 공정한 무역협정을 맺었다”고 말했다.
한미 간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세부 이견이 남아 있음에도, 이미 협정이 체결된 것처럼 발언하며 동맹국과의 결속을 강조했다.
이는 APEC을 앞두고 중국을 고립시키는 동시에 한국·일본·호주 등 ‘자유무역 동맹 벨트’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구상으로 풀이된다.
◇호주와 ‘핵심광물 협정’ 서명…“1년 뒤엔 광물 과잉될 것”
트럼프 대통령과 앨버니즈 총리는 이날 백악관에서 핵심광물 협정문에 서명했다. 구체적 조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4~5개월간의 협상을 거쳤으며 약 1년 뒤에는 확보한 광물과 희토류가 너무 많아 처리 방안을 고민해야 할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지렛대로 삼는 가운데, 미국이 호주·한국·캐나다 등 자원 동맹국과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앨버니즈 총리도 “85억달러(약 12조원) 규모의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포함해 ‘호주에서 만드는 미래(Made in Australia)’를 추진 중”이라며 “채굴에 그치지 않고 공급망 전 단계에서 우방국과 이익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포스트중국 시대, 美 무역·자원·기술 삼각 레버리지 구축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발언은 단순한 협상 수사가 아니라 포스트중국 시대를 대비한 ‘경제안보 전략’의 구조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미국은 ▲관세 정책으로 교역 질서를 재편하고 ▲희토류 대응으로 산업 공급망을 재구축하며 ▲호주·한국 등 자원 동맹을 확장함으로써 ‘무역–자원–기술’ 삼각 레버리지를 완성하려는 방향을 그리고 있다.
결국 이번 압박은 ‘관세의 협박’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구축’에 가깝다. 트럼프식 무역정책이 다시 세계 경제의 축을 흔들며, 새로운 패권 체계의 서막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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