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 설치게 했던 드라마 '왕좌의 게임'…왜 '망작'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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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 설치게 했던 드라마 '왕좌의 게임'…왜 '망작'이 됐나

연합뉴스 2025-10-21 08:0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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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가 쓴 신간 '장르의 해부학'

왕좌의 게임 왕좌의 게임

[스크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왕좌의 게임'은 좋은 작품을 내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한 미국 케이블TV HBO의 대표 시리즈물 중 하나다. 매력적인 인물과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덕택에 한때 명작으로 손꼽혔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 후보군이 속속 등장하는데, 이들은 드라마가 시작한 지 몇 회가 지나지 않아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다. 연출자는 너무도 단호하게 이들의 숨통을 끊어놓는다. 어떻게 흐를지 알 수 없는 이야기에 휘말리다 보면 1시간이 마치 5분처럼 흘러간다. 서로 다른 인물들의 욕망과 철학과 트라우마가 어우러진 플롯, 주요 캐릭터가 한명씩 제거되어 가는 '토너먼트 구조'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왕좌의 게임'은 시청자들의 잠을 앗아가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시리즈물의 '왕좌'가 됐다.

왕좌의 게임 출연진 왕좌의 게임 출연진

[EPA=연합뉴스]

그러나 시즌이 이어지면서 곧 한계를 드러냈다. 이야기가 산으로 흘러가는 데다가 캐릭터도 이해할 수 없게 변하다 보니 결국 마지막 시즌에 가서는 제작진이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장르 구조상 최종 승자는 작품의 주제를 상징하는 인물이어야 하고, 서사의 논리도 일관되게 이어져야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다. 주요 인물들의 성장 서사도 의미 없게 마무리됐다. 시청자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온 감정 투자가 물거품이 된 것이다. 그렇게 용두사미로 끝난 '왕좌의 게임'에 대한 혹평은 한때 온라인을 달구기도 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왕좌의 게임'이 혹평에 시달렸던 것과는 달리 '스타워즈' 시리즈는 1978년 첫 작품이 나온 직후부터 늘 상찬의 대상이 됐다. '스타워즈'는 외계에서 벌어지는 판타지로, 장르로만 따지자면 공상과학(SF) 영화다. 하지만 조지 루커스 감독은 서부극의 양식적 요소와 액션까지 아우르면서 다양한 장르로 '스타워즈'를 변주해 나갔다.

화려한 스타일에 여러 장르가 뒤섞였지만, 이야기 자체는 고전적이었다. 한 가문의 성장과 몰락, 그리고 도약이라는 익숙한 이야기 구조, 운명에 이끌려 서로에게 칼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부자(父子)의 사연은 고대 그리스 비극 작품을 떠올리게 했다. 낯선 형식과 익숙한 이야기 구조. 루커스가 이룩한 이 같은 연출 기법은 수많은 연출자와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면서 할리우드 '성공 방정식'의 한 예가 됐다.

[다산초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다산초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최근 출간된 '장르의 해부학'(다산초당)은 왕좌의 게임부터 스타워즈까지 수많은 영상물을 다루며 장르적 글쓰기에 대해 논한 책이다. 30여년간 디즈니·소니픽처스·폭스·HBO 등 주요 스튜디오에서 각본을 쓰고, 시나리오 컨설팅을 한 존 트루비가 이야기 쓰는 기술을 정리했다. 저자는 이야기를 잘 쓰기 위해선 장르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장르를 호러·액션·신화·회고록·성장·SF·범죄·코미디·서부극·갱스터·판타지·스릴러·추리·로맨스 등 14개로 나눈 뒤 각각의 장르가 저마다 독특한 철학과 정서가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인생을 추동하는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데 용이하다는 점에서 장르는 스토리텔링에 최적화된 형식이라고 주장한다.

가령, 호러는 죽음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에 관한 이야기이고, 액션은 삶에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 즉 행동을 통한 성장 스토리이며, 코미디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대상은 대체로 어리석고, 그 당시 생각하는 것만큼 가치 있지도 않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요컨대 장르란 '깊고 본원적인 이야기'이고, "스토리텔링이란 결국 장르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신솔잎 옮김. 892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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