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첫 시험대, 엄상백(한화 이글스)은 아슬아슬했다. 확실하게 반등하지 못한다면, 한화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수밖에 없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엄상백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기대 이하의 투구로 실망감을 안겼다.
정규시즌에서 그는 28경기 80⅔이닝 2승 7패 1홀드 평균자책점 6.58로 크게 부진했다.
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엄상백은 리그 정상급 선발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KT 위즈에서 29경기에 나서 156⅔이닝을 소화하며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 데뷔 이래 한 시즌 개인 최다승을 올리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성과를 인정받아 그는 2024시즌을 마친 뒤 한화와 4년 최대 78억원의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다.
한화는 엄상백이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아주길 기대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불안한 투구가 반복됐다.
전반기 동안 15경기에 등판해 1승 6패, 평균자책점 6.33으로 크게 무너졌다. 부진이 계속되자 그는 8월 초 퓨처스(2군)리그에서 재정비할 시간도 가졌지만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한화는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엄상백의 보직을 불펜으로 전환하는 강수를 뒀다.
중간 계투로 변신한 그는 전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다.
구원 등판한 12경기에서는 15⅔이닝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4.60으로 성적이 호전됐다.
특히 9월에는 불펜으로만 9경기에 나와 10⅓이닝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0.87로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덕분에 시즌 막판 가을야구 '히든카드'로 떠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첫 출발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엄상백은 지난 1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쏠뱅크 KBO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2차전 9회초에 등판해 ⅔이닝 1피안타 1피홈런 1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첫 타자 처리부터 힘겨웠다. 1-5로 뒤진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은 그는 이재현과 풀 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주자를 쌓았지만, 다음 타석에서 김태훈을 상대로 삼진을 끌어내며 감각을 회복하는 듯했다.
그러나 곧바로 고비가 찾아왔다.
2사 1루에서 강민호와 맞붙은 엄상백은 초구에 시속 136㎞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강민호가 이 공을 그대로 받아 치며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2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엄상백은 후속 류지혁을 삼진으로 잡고 간신히 이닝을 마쳤다. 삼진 2개를 솎아 냈지만, 볼넷과 피홈런이 쓰라렸다.
지난 18일 안방인 대전에서 열린 PO 1차전에서 9-8 진땀승을 거둔 한화는 2차전에서 패배해 1승 1패를 안고 적지인 대구로 향한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KBO리그의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 구장으로, 홈런이 많이 나와 투수들의 무덤으로 꼽힌다.
PO 3~4차전이 빅볼 승부로 예상되는 가운데, 엄상백이 남은 경기에서 대반격을 일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가 고개 숙이는 날이 많아진다면, 한화의 가을은 결코 순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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