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왜 매년 반복되는가- 한국과의 제도적 차이로 본 구조적 교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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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왜 매년 반복되는가- 한국과의 제도적 차이로 본 구조적 교착

월간기후변화 2025-10-21 06:35:00 신고

미국의 연방정부 셧다운(Government Shutdown)은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뉴스의 단골 소재다.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1일을 전후해 의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정부 기관이 문을 닫고 공무원들이 무급 휴가에 들어간다.

 

1870년에 제정된 ‘자금 부족 방지법(Antideficiency Act)’에 따라 의회 승인 없는 지출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헌법 제54조에 따른 ‘준예산 제도’를 통해 정부 기능이 멈추지 않는다. 두 나라의 정치문화와 헌정 구조의 차이가 셧다운의 유무를 가른다.

 

미국의 예산 편성은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되지만, 실질적 권한은 전적으로 의회에 있다.

 

대통령은 매년 초 자신의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의회는 이를 토대로 예산 결의안을 마련한다.

 

그러나 민주·공화 양당의 극심한 이념 대립으로 인해 회계연도 시작 전까지 12개 분야별 세출 법안을 모두 처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1977년 이후 기한 내 모든 예산안을 처리한 해는 단 네 번뿐이다.

▲ 문닫힌 미국정부    

 

결국 의회는 ‘임시 예산안(Continuing Resolution)’이나 ‘옴니버스 법안(Omnibus Bill)’으로 땜질식 타협을 시도하지만, 이마저 실패하면 셧다운이 발동된다.

 

‘자금 부족 방지법’의 기원은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행정부는 의회 승인 없이 예산을 초과 집행하며, 부족분을 나중에 승인받는 관행을 반복했다.

 

국경 요새 건설비가 부족하자 “예산 안 주면 국경 수비 포기하겠다”는 식의 압박이 이어졌고, 이는 의회의 분노를 샀다.

 

 

결국 1870년 의회는 ‘행정부의 무단지출을 금지’하는 자금 부족 방지법을 제정했다. 이후 195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며 처벌 조항이 강화되고, 법의 적용 범위도 확대됐다.

 

하지만 오늘날 셧다운의 실질적 성격은 ‘정치적 인질극’에 가깝다. 1980~81년 카터 행정부 시절, 당시 법무부 장관 벤자민 시빌리티는 법률 해석을 강화하여 “비필수 업무는 예산 미통과 시 즉시 중단”이라는 원칙을 확립했다.

 

이전까지는 관행적으로 계속 운영되던 정부 기능이 이제는 완전히 멈추게 된 것이다. 행정부의 자율적 판단 여지를 없앤 셧다운은 의회의 권한을 강화했지만, 동시에 정쟁의 도구가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의 셧다운은 역사상 최장기였다. 2018년 말부터 35일간 지속된 셧다운의 핵심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비 57억 달러’였다.

 

트럼프는 장벽 예산을 관철시키려 했지만, 민주당은 “세금 낭비이자 반이민 정치의 상징”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공무원 80만 명이 임금 없이 버텨야 했고, 국립공원·공항·연방박물관이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110억 달러로 추산됐다.

 

2025년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셧다운 위기 역시 유사한 양상이다. 쟁점은 ‘오바마케어(ACA) 보조금’의 연장 여부다.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확대된 보험 보조금은 올해 말 종료된다. 민주당은 저소득층 부담 완화를 위해 연장을 요구하지만, 공화당은 “한시적 조치를 영구화할 수 없다”고 반대한다.

 

보조금이 끝나면 미국인의 평균 보험료는 연 1,000달러 이상 오를 전망이다. 문제는 단순한 복지 논쟁이 아니라, 예산 권한을 둘러싼 정치적 대결이다.

 

셧다운은 단지 행정 마비를 넘어 정치적 심리전이다. 하원은 공화당이, 상원은 민주당이 각각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제도가 교착을 심화시킨다. 상원에서 토론 종결을 위해서는 60표가 필요한데, 어느 한쪽이 과반을 넘어도 상대방의 협조 없이는 통과가 어렵다.

 

이번에도 하원에서 11월 21일까지의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은 이를 부결시켰다. 이로써 연방정부는 다시 ‘셧다운’으로 돌입했다.

 

한국의 경우 상황이 전혀 다르다. 헌법 제54조 4항은 “예산이 국회에서 의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정부는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준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즉, 국회의 예산 심의가 지연되더라도 정부는 전년도 수준의 지출을 이어갈 수 있다. 이 제도는 국가 기능의 마비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반면 미국은 행정부의 재량을 법으로 제한함으로써 의회의 통제권을 극대화했다.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칙이 오히려 행정 공백을 초래하는 아이러니가 생긴 것이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연방 공무원은 무급휴가에 들어가고, 행정 서비스가 중단된다.

 

비필수 부문으로 분류된 국립공원·항공교통 관리·비자 발급 등이 모두 지연된다. 뉴욕증시 불안, 신용평가사 경고, 달러화 약세가 연쇄적으로 나타나며, 결국 ‘정치 리스크’가 경제 리스크로 전이된다.

 

결국 셧다운의 근본 원인은 ‘정치적 양극화’다. 공화당은 작은 정부와 재정 긴축을, 민주당은 복지 확대와 적극적 재정을 주장한다.

 

이념의 간극이 의회 내 절충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셧다운은 예산 문제의 탈을 쓴 정치 투쟁이며, 자금 부족 방지법은 그 투쟁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가 되어버렸다.

 

 

미국의 셧다운이 단순한 행정 사건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 자체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깊은 의미를 지닌다.

 

반면 한국의 준예산 제도는 효율성과 연속성을 우선시한다. 두 체제의 차이는 결국 ‘국가 기능의 중단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철학의 차이다. 미국은 견제의 민주주의를, 한국은 지속의 행정을 택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국민의 삶이 정치의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만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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