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하천 옹벽 아닌 사면형, 재난 특보에도 쉽게 진입 가능
권칠승 "세종시 진입 통제 규정없어…면피용 흉내만 낸 통제"
(세종=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세종시 신도심에는 서울 청계천과 유사한 3개의 인공하천이 조성돼 있다.
3개의 인공하천 구간을 모두 더하면 전국에서 가장 길지만, 안전 규정은 미흡한 실정이다. 올해 발생한 인명피해만 볼 때 세종시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세종시에 따르면 신도심에는 인공하천인 제천·방축천·삼성천이 있다. 3개 하천 구간을 더한 길이는 13.05㎞ 이른다.
복원된 서울 청계천 5.84㎞와 비교하면 세종 3대 하천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이들 하천을 청계천과 비교할 때 가장 다른 점은 제방 형태다.
청계천은 제방을 3∼7m 높이의 옹벽 형태로 만든 데 비해 이들 하천의 제방은 흙을 비스듬히 쌓은 사면 형태다. 제방 사면은 잔디와 나무가 식재돼 있을 뿐 별다른 진입 통제 구조물은 없다.
옹벽 형태의 하천 진입을 통제하려면 특정 구역에 설치된 출입구만 닫으면 되지만 사면 형태의 제방은 사실상 전 구간이 출입구로 활용될 수 있다.
호우특보가 발효됐을 때 청계천은 통제 가능하지만 세종의 인공하천은 손쓸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청계천과 같이 하천으로 향하는 계단·진입부에 통제선을 설치하는 규정은 있지만, 비탈진 제방 사면을 통해 누구든지 하천변에 진입할 수 있다.
지난 여름철 발생한 기록적 폭우 당시 급류에 휩쓸려 숨진 40대 남성도 제방 사면을 통해 하천으로 내려갔다.
사고가 발생한 제천 수위가 최고로 급상승한 시간대였지만, 이를 통제하거나 알아챌 방법이 없었다.
지금 같은 안전 규정이라면 비슷한 인명 사고는 앞으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세종 도심의 인공하천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부주의로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아니라 예상되는 인재(人災)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측할 수 있는 재난·사고에 대해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대처해 달라는 대통령 주문이 있었다.
이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경기 화성시병) 의원은 "올해 7월 발생한 사망 사고를 세종시는 안전사고로 주장하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저는 재해 사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세종시의 통제는 외형으로만 봐선 단순 면피용이고 흉내만 낸 통제"라며 "이는 단체장 업무 과실로 해석될 수 있고 적어도 폭우 시 도심 하천 출입을 통제하는 지침을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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