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2009년 네오세미테크 투자 당시 증권사 직원과 나눈 통화 내용이다.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8월 김 여사를 조사하며 이 녹취를 제시했다. 김 여사가 “주식을 잘 모른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부인하자 네오세미테크 투자 사실을 들이대며 반박한 것이다.
그런데 민 특검 자신도 같은 종목에서 억대 차익을 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10년 네오세미테크가 분식회계 문제로 상장폐지되기 직전 민 특검은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해 1억 5000여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7000여 개미투자자가 4000억원 넘는 손실로 피눈물 흘릴 때 ‘절묘한 엑시트’를 한 것이다.
타이밍이 묘하다. 네오세미테크 대표였던 오씨는 민 특검과 대전고·서울대 동기다. 오씨는 분식회계가 드러날 것을 알고 차명 주식을 매도하고 도피한 혐의로 징역 11년형을 받았다. 민 특검의 주식 처분 시점도 같다.
더 의심스러운 건 오씨의 당시 재판 진술이다. 그는 “내 차명주식이 아니라 투자자들 계좌”라고 주장했다. 회사 차원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기회를 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 특검이 그 ‘선택받은 투자자’ 중 한 명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관련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직후 “증권사 직원의 권유로 매도했다”고 해명한 민 특검은 논란이 커지자 “15년 전 저의 개인적인 일이다. 주식 취득과 매도 과정에서 미공개정보 이용 등 위법사항은 없었다”고 추가 해명했다. 하지만 의혹을 불식시킬만한 구체적 해명은 여전히 없다.
특검의 힘은 법적 권한이 아니라 도덕적 우위에서 나온다. 검찰보다 독립적이고 정치권보다 공정하다는 국민적 신뢰가 특검 수사의 동력이다.
국민의힘은 민 특검에 대한 고발을 예고했다. 정치 공방으로 번질 조짐이다. 하지만 진짜 재앙은 따로 있다. 특검 제도에 대한 국민 불신이다. 권력을 견제하는 최후의 보루마저 신뢰를 잃는다면 그 다음은 무엇으로 정의를 세울 것인가. 명확한 해명만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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