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인도의 대표 수출 산업인 의류업을 강타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0월 17일자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인도 50% 관세가 시행된 지 불과 7주 만에 인도 남부 티루푸르(Tiruppur)의 의류 공장들이 대거 멈춰섰다”고 보도했다.
티루푸르는 미국 월마트(Walmart), 타깃(Target), 시어스(Sears) 등 대형 유통업체에 대량의 저가 의류를 공급해온 지역으로, 오랫동안 ‘달러의 도시(Dollar City)’라 불려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대인도 관세 폭탄 이후 생산이 25% 이상 급감하면서, 약 60만 명이 일하던 지역 경제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티루푸르 노동조합 관계자 G. 삼파트는 “수많은 공장들이 조업을 중단했고, 재단공·봉제공·검수원 등 일용직 노동자들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현지 수출업체들은 기존 주문 물량만 처리하며 새로운 발주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미국 바이어들은 관세 부담을 이유로 최대 20%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루푸르의 대부분 공장은 낮은 마진의 대중용 의류를 생산한다. 현지 기업인 밀턴 앰브로스 존은 “이곳에서 만드는 티셔츠나 속옷의 미국 내 판매가는 5~10달러 수준이라 추가 비용을 전가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올해 8월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한 인도를 제재하기 위해 수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뒤, 이를 다시 두 배인 50%로 인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디 총리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약속했다”고 주장했지만, 인도 외교부는 “그런 통화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관세가 시행된 직후 인도 정부는 긴급히 면화 수입세 면제를 연장하며 제조업계를 지원했지만, 현지 업계는 “일시적 조치일 뿐”이라며 근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도산 의류의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떨어지며, 방글라데시와 베트남 등 경쟁국이 미국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뉴델리에 본부를 둔 무역연구소 GTRI의 아자이 스리바스타바 소장은 “미국 바이어들이 다른 공급국으로 이동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티루푸르의 한 하청업체 관리자 쿠마르는 “공장 노동자 대부분이 고향으로 돌아갔다”며 “나는 실밥 정리와 검사 일을 맡았지만, 지금은 일감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최근 연설에서 “의존은 불행의 시작”이라며 ‘경제 자립’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냉담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인도 의류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그 답은 아직 불투명하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Copyright ⓒ 뉴스비전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