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가 막을 올렸지만, 정책 검증은 실종되고 정쟁만 격화됐다. 민주당은 '내란 청산'을, 국민의힘은 '민생 파탄'·'독재 저지'를 내세우며 첫 주부터 충돌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증인 채택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상임위는 연일 파행했다. 여야는 국감이 중반으로 접어든 가운데 2라운드 공방까지 예고해, 민생 현안이 밀려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與 '내란 청산' vs 野 '독재 저지'…핵심 증인 충돌에 '정쟁' 격화
더불어민주당은 예고했던 대로 '내란 잔재 청산'과 '개혁 과제 완수'를 국감의 핵심 기조로 밀어붙였다. 정권 교체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사법개혁 등 핵심 과제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이전 정부의 실정과 사법부를 정조준했다.
최대 격전지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대선 개입' 의혹을 받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증인 채택을 두고 첫날부터 충돌이 빚어졌다.
이어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을 문제 삼으며 "사법 농단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증인 신문을 압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명백한 사법부 장악 시도"라며 맞섰다.
결국 조 대법원장은 국감에 출석했으나, 관례에 따라 인사말만 한 뒤 의원들의 질의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민주당은 20일부터 시작되는 2주차 국감에서도 '조희대 때리기'에 주력을 다할것으로 보이며, 국민의힘은 "삼권 분립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제1야당은 이번 국감을 '독재 저지'와 '민생 수호'의 장으로 규정하며,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운영 방식 전반을 문제 삼고 있다. 야권은 물가·주거·일자리 등 민생 현안을 중심으로 정부의 대응 미비를 지적하며, '민생 악화' 프레임을 부각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야권 공세의 첫 번째 쟁점은 '비선 실세' 의혹이 제기된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다.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김 실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 선임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증인 채택 요구가 이어졌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쟁을 위한 국감 활용"이라고 반박하면서 운영위 역시 파행으로 종료됐다.
야당은 2주차에서도 다수 상임위에서 김 실장 관련 의혹을 추가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민주당은 이를 '스토킹 국감'으로 규정하며, 국정감사의 본래 취지인 정책 점검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국감 전반을 정쟁 프레임으로 끌고 가면서, 정책 대안과 민생 해법은 뒷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핵심 증인 공방이 계속될 경우, 이번 국감이 '정책 국감'이 아닌 '대치 국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고성·막말·욕설 난무한 첫 주…정책 검증은 '실종'
국감 첫 주 여야는 예상대로 고성과 막말, 욕설이 뒤섞인 난타전을 벌였다. 법사위 국감은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13일 대법원 국감에서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조 대법원장 얼굴을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진과 합성한 피켓을 들었다.
14일 법무부 국감에서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에게 "조용히 해"라고 말하자 신 의원이 "왜 반말이냐"고 따졌고, 박 의원이 "너한테 해도 된다"고 맞받아치며 소란이 일었다.
또한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에게 질의 기회를 주지 않는 등 의사 진행 방식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문자 폭로 사태'로 막말·욕설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이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으로부터 욕설이 담긴 문자를 받았다며 해당 문자와 전화번호를 공개했고, 이후 "한주먹 거리" 등 두 의원 간 원색적 언사가 오가면서 정회가 반복됐다. 이는 양당이 서로 상대 의원을 고발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13일 국방위원회 국감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내란' 표현 사용의 부적절성을 지적하자,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반발하며 양측에서 '지X'이라는 욕설이 오가는 등 설전이 벌어졌다.
국감 내내 이런 장면이 반복되면서 정책 질의는 뒷전으로 밀렸고, 일부 피감기관 공무원이 회의장 밖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상황도 발생해 국감 무용론도 제기된다.
2주차도 '가시밭길'…부동산·명태균 게이트 등 쟁점 산적
핵심 증인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2주차 국감에서는 10·15 부동산 대책을 놓고도 여야가 충돌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일 정무위의 금융위원회 국감에서는 부동산 대출 규제의 실효성을, 23일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부동산원 국감에서는 집값 통계 논란을 두고 격돌이 예상된다.
23일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출석한 가운데, 민주당은 오 시장이 연초 서울 강남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한 것이 집값 상승을 촉발했다고 비판할 전망이다.
특히 행안위 국감에는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의혹 관련 핵심 인물인 정치 브로커 명씨가 증인으로 채택돼 공방이 예상된다.
법사위는 20일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등을 대상으로 국감을 이어가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재판장인 지귀연 중앙지법 부장판사 문제와 민주당이 20일 발표할 예정인 재판소원 도입 검토 등 사법개혁안을 둘러싼 충돌도 예고됐다.
이 밖에도 20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산림청 국감(김현지 실장 인사 개입 의혹), 22일 외교통일위원회 주캄보디아 대사관 현장 국감(캄보디아 내 한국인 구금·납치 사건), 22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KTV 국감(전 정부 계엄 가담 의혹)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첫 국정감사는 핵심 증인 채택 문제가 첫 주부터 발목을 잡으면서, 민생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 질의는 실종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의 전초전 격인 이번 국감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대결로 변질되면서, 정부의 국정 운영을 견제하고 정책을 검증하는 국감 본연의 취지는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리뉴스 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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