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아르헨티나 안데스 산맥 북서부, 해발 약 3,000m 고지대에서 약 2억3천만 년 전(후기 트라이아스기)에 살았던 초기 공룡 화석이 발견됐다.
학명은 '후아이라쿠르서 야구엔시스(Huayracursor jaguensis)'로, 케추아어 ‘후아이라(huayra, 바람)’와 라틴어 '쿠르서(cursor, 달리는 자)'를 합친 이름이다. '바람처럼 달리는 공룡'이라는 뜻 그대로, 당시 초식 공룡 가운데서도 민첩한 움직임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는 아르헨티나 국립과학기술연구위원회(CONICET), 라리오하 지역 과학기술연구센터(CRILAR), 아르헨티나자연과학박물관(MACN) 공동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 거의 완전한 골격으로 확인된 '목 길이 진화'의 시작
몸길이 약 1.5~2m, 체중 18kg 정도로 추정되는 후아이라쿠르서는 짧은 목의 원시적 공룡에서 긴 목을 가진 용각류(sauropod)로 이어지는 진화 과정의 중간 형태로 평가된다. 가볍고 긴 다리, 균형 잡힌 체형 덕분에 빠르게 달릴 수 있었던 민첩한 초식 공룡이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연구팀은 산토도밍고(Santo Domingo) 지층에서 두개골 일부와 척추, 앞·뒷다리 등 거의 완전한 형태의 골격을 발굴했다. 이는 안데스 고지대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공룡 화석으로, 3D 스캐닝과 CT 기법을 통해 정밀하게 복원됐다.
특히 세 번째부터 여덟 번째 목뼈가 2.2~4.2배 길게 늘어난 흔적이 발견됐다. 이는 거대한 용각류로 진화하기 전 단계에서 이미 목 길이 확장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긴 목이라는 용각류의 상징적 특징이 트라이아스기 초기에 출현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화석의 421개 해부 형질을 비교·분석하고, TNT(Tree analysis using New Technology) 프로그램으로 계통을 추적했다. 그 결과 후아이라쿠르서는 용각류로 이어지는 '바구알로사우리아(Bagualosauria)' 계통의 자매군으로 분류됐다.
◆ 남미 초기 공룡의 서식 범위를 넓히다
이 발견은 초기 공룡의 생태와 서식 범위에 대한 기존 인식을 크게 바꾸었다. 이전까지 초기 공룡 화석은 주로 남부 아르헨티나 이시키글라스토(Ischigualasto) 분지와 브라질 파라나(Paraná) 분지에서만 발견됐다.
그러나 후아이라쿠르서가 북부 프레코디예라(Precordillera) 분지에서 확인되면서, 남미 초기 공룡의 분포가 훨씬 넓었음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번 화석이 단순한 지역 확장의 증거를 넘어, 트라이아스기 초기에 이미 용각류의 진화적 특징이 싹트고 있었음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작은 몸집이지만 길어진 목뼈를 가진 후아이라쿠르서는 이후 거대한 용각류로 이어지는 ‘진화의 결정적 고리’를 제공하는 종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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