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날 수밖에 없던 이유’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말한 기성용 [케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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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날 수밖에 없던 이유’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말한 기성용 [케현장]

풋볼리스트 2025-10-20 18:03: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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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포항 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기성용(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지난 7월 기성용은 FC서울을 떠나 포항스틸러스로 향했다. 기성용은 은퇴 대신 경기장에서 한 번 더 뛰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은 출전시간을 보장해주지는 못했어도 기성용이 이적료 없이 다른 팀을 알아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당연히 구단 전설을 허무하게 떠나보내는 팬들의 실망감은 대단했지만, 기성용과 구단은 서로의 최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적을 진행했다.

이번 경기는 기성용과 서울 모두에 증명의 장이었다. 물론 기성용은 포항 합류 후 팀 중원 수준을 끌어올리며 상승세를 이끌었고, 서울도 기성용이 떠난 가운데 우여곡절 끝에 2년 연속 파이널A를 확정지으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기성용이 친정팀을 상대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신의 효용 가치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고, 서울도 기성용이 있는 포항을 상대로 승리했다면 자신들의 방향성을 보이는 동시에 4위 포항과 승점 동률을 이뤄 ACL 엘리트까지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경기가 중요했다.

결과적으로 웃은 쪽은 기성용이었다. 기성용은 이날 선발 출장해 오베르단과 중원 조합을 이뤘고, 선제골을 돕는 활약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전반 29분 오른쪽 먼 곳에서도 수비와 골문 사이로 정확하게 프리킥을 공급했고, 이호재가 다이빙 헤더로 공을 골문에 밀어넣었다. 기성용은 득점 이후 이호재에게 달려가는 대신 그 자리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고, 주변에 있던 신광훈 등은 기성용을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기성용은 후반 4분에도 조르지에게 ‘대지를 가르는 패스’로 도움을 기록하는 듯했으나 조르지의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아쉬움을 삼켰다. 수비적으로도 영리한 위치 선정과 함께 한두 차례 상대 크로스를 몸을 던져 막아내는 헌신으로 공헌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과 기동력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포항이 2-1로 승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성용(오른쪽, 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기성용(오른쪽, 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기성용은 이번 경기를 위해 절치부심했다. 10월 A매치 기간 서울전을 준비하는 기성용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도 결연했다는 후문이다. 관련해 박태하 감독도 경기 전 취재진이 기성용의 서울전 준비 상황에 대해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라 괜히 이야기를 하면 더 부담가질까 평소 하던 전술적인 이야기를 했다”라면서도 “훈련할 때 보면 안다”라며 기성용이 서울전을 철저하게 준비했음을 넌지시 알렸다.

서울전 페널티킥 키커로 기성용을 고려했다는 여러 증언도 기성용이 이번 경기에 진심으로 임했음을 보여준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호재는 “(기)성용이 형과 전날 훈련 후에 그런 얘기를 했다”라며 “감독님이 말하길 성용이 형이 페널티킥 때 옆으로 밀어주고 내가 차는 걸로 하면 성용이 형도 도움이 되고 나도 골을 기록하니까 윈윈이 아니냐고 했다. 그런 부분을 연습하긴 했다”라는 비화를 전했다.

그래도 친정팀을 상대로 비수를 꽂은 거나 다름없었기에 기성용은 경기가 끝난 직후 마냥 기뻐하기보다는 벤치에 앉아 사색에 잠긴 듯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서울 응원석은 물론 원정석을 제외한 경기장 3면에 있는 팬들에게 모두 인사를 한 뒤 포항 응원석으로 향했다. 팬들도 대부분 기성용에게 박수를 보내며 다른 유니폼을 입은 전설을 예우했다.

기성용(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기성용(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기성용은 경기 후 수훈선수 기자회견에서 “서울이란 팀은 내게 특별하다. 어렸을 때부터 상암에서 꿈을 키워왔다. 대표팀과 서울 시절에는 홈 라커룸을 썼는데 처음으로 원정 라커룸을 들어가 기분이 묘했다”라며 “내 마음을 누구도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 팀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았고, 항상 얘기했지만 서울 팬들은 내게 정말 소중하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항상 위로해주시고, 팀이 어려울 때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개인적인 감정을 내려놓자고 생각했지만 인간이기에 복잡한 마음이 있었다. 그분들에게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도리라고 생각했다”라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기성용은 우선 이번 시즌까지 포항에서 경기를 뛰고 자신의 거취를 정하고자 한다. 우선 스스로가 여전히 K리그1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걸 증명한 만큼 고민이 깊어질 걸로 보인다. 포항에서 최고의 경기력에 다름없던 이번 경기만큼 실력을 발휘한다면 포항 입장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재계약 논의에 나설 걸로 예상된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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