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서울 및 경기도 일부 지역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등 부동산 규제, 국정자원 화재와 대통령 예능 촬영 논란, 삼권 분립을 무시한 조희대 대법원장 무차별 탄핵 압박, 김현지 부속실장 국정감사 출석 등 스스로 만든 악재에 시달리고 있었다. 소수 야당인 국민의힘으로서는 조금씩 끓어오르는 여론을 모아 이재명 정부와 싸울 적기다.
하지만 장 대표의 느닷없는 ‘윤어게인’ 행보에 민주당은 즉각 ‘내란 프레임’을 다시 꺼내 국민의힘을 공격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0일 “공당의 대표가 그런 내란 수괴를 미화하며 응원하다니 국민에 대한 심각한 배반 행위”라며 “국민의힘은 위헌정당 해산 심판의 날이 멀지 않았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할 유일한 보수정당임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불법 비상계엄을 주도하다 헌법재판소 전원일치로 탄핵이 결정된 윤 전 대통령을 여전히 추앙한다면, 과연 누가 국민의힘을 ‘민주주의 균형을 위해 필요한 보수정당’이라 생각할까. 또 앞서 국민의힘이 했던 불법 비상계엄과 탄핵·대선 패배에 대한 사과는 무엇에 대한 것인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장 대표를 겨냥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는 것이 범야권이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나”라며 “법에 맞서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경제학의 기본 원리와 싸우는 저들을 지적할 때, 그 손가락에 계엄과 부정선거 음모론이 묻어있다면 국민들은 상대평가를 할 것”이라고 했다. 메신저가 믿을 만하지 못하면 바른 말을 해도 국민은 외면한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싸우지 않는 사람은 (의원) 배지를 떼라”고 했다.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정부와 여당일 것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보수 전체가 아닌 일부 극우 지지층을 겨냥한 윤 전 대통령 면회로 정부·여당과의 전투력을 스스로 끌어내렸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는 “엄중한 시기에 장 대표가 해당행위를 했다”는 비판 글도 여럿 올라왔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서울 지역 국민의힘 소속 한 당협위원장은 지역구민에게 “국민의힘이 지방선거를 치르기 쉽겠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민심이 돌아설 순간, 장 대표는 또다시 ‘윤어게인’의 굴레를 썼다. 태극기 세력에 기댄다는 비판에도 “태극기를 안고 돌을 맞겠다”고 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황교안 전 대표의 끝이 어땠는지 되돌아볼 때다. 소수 야당이 절대 다수 여당과 싸워 이길 길은 평범한 국민의 상식과 공감대를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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