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고강도 대출 규제가 시행된 가운데, 은행권이 추가적인 자체 조치를 시행하며 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판매 한도를 지점별로 제한하고, 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도 잇따라 중단하는 등 사실상 '대출 조이기'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11월과 12월 실행되는 부동산금융상품(주담대·전세대출)의 월간 판매 한도를 지점별 10억 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지난 8월 서울 지역 신규 주담대 평균액이 약 2억50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점당 월 최대 4건 정도만 취급이 가능한 셈이다.
모집인을 통한 대출 창구도 속속 닫히고 있다. 신한은행은 연말까지 모집인을 통한 신규 대출 접수를 전면 중단했고, 하나은행과 농협은행도 다음 달 실행분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에 대한 모집인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가계대출 총량이 이미 한도에 근접한 상황에서 정부 규제까지 강화되자 사실상 '대출 셧다운'에 들어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1금융권의 대출이 막히자 2금융권으로 수요가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28일부터 8월 29일까지 두 달간 저축은행이 접수한 개인 자동차담보대출 신청 건수는 총 24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5636건으로, 올해 1~5월(하루 평균 2230건)보다 152% 급증했다.
정부의 '6·27 대출 규제'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지자, 대출 문턱이 낮은 자동차담보대출로 자금 수요가 쏠린 결과다.
한편 주춤하던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다시 확대되는 추세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1조5534억 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달 월간 증가폭(1조1964억 원)을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특히 신용대출은 같은 기간 8763억 원 늘어나 6월(1조876억 원)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한도를 줄이고 있다"며 "정책 목적은 가계부채 억제지만, 결과적으로 자금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