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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20일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피의자 64명 가운데 58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고 밝혔다. 송환 피의자 1명은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돼 이미 구속된 상태고 5명은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게 됐다. 법원은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이 연루된 범죄는 △로맨스스캠 △리딩방·보이스피싱·노쇼 △투자사기 △상품권·조건만남 사기 등이다. 이같은 범죄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혐의는 ‘사기죄’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보이스피싱 등 사기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엄단 기조를 감안하면 이번 사건 피의자들 역시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송환자들이 말단에서 도와줬을 뿐이라며 형량이 낮게 측정되는 방조범 적용을 주장하겠지만 현재는 가담자들까지 공동정범으로 보는 추세”라며 “1심에서 단순 가담자들이 무죄를 받더라도 대법원에서는 공모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일부 피의자는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범죄 조직에 속아 해외로 유인된 뒤 감금이나 폭행 등 강압적인 통제 아래에서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송환 후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3~4명이 감금·피해 사실을 진술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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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법 제12조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생명·신체 위해에 의한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즉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협박 등으로 범죄에 가담하게 됐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강요된 행위’로 봐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전문가들은 강요된 행위를 인정받아 무죄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 교수는 “송환 피의자들의 경우 일부 감금·폭행이 있었다 해도 월급이나 수당을 받은 사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에는 강요된 행위가 아닌 형량을 낮추는 정상참작 사유로만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변호사는 “대부분 피의자들은 애초에 범죄 가담 가능성을 인식한 채 해외로 출국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후 성과 미달 등을 이유로 폭력이나 강요가 있었다 하더라도 범죄행위에 대한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강요된 행위로 인정되는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라고도 부연했다.
최근 판례도 이러한 판단에 힘을 싣는다. 부산동부지법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지역에서 로맨스스캠 범죄에 가담한 20~30대 피고인 3명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조직 가입 당시 범행에 대한 고지가 없었고 강요·기만으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목 부장판사는 “두 피고인의 경우 근무 시간 외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고 개인 와이파이를 통해 외부와 소통이 단절되지 않았다”며 “자유롭게 외부에서 식사도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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