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뛰어난 입지와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진 싱가포르의 대표 부촌 '나심로드(Nassim Road)'가 글로벌 0.1% 자산가들의 '성지'로 주목받고 있다. 메타 공동 창업주부터 동남아 왕족, 글로벌 억만장자 등이 이곳에 저택을 소유하고 있다. 일부 자산가가 소유한 저택의 경우 시세만 2000억원대에 달하기도 한다.
나심로드가 전 세계 자산가들의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는 독특한 주택 외형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엔 싱가포르 상류층이 선호하는 '굿 클래스 방갈로'(Good Class Bungalow, GCB) 유형의 저택이 유독 많다. GCB는 싱가포르 내에서도 특정 지역에서만 허용되는 초고급 단독주택 유형으로 희소성과 상징성 면에서 독보적인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페이스북 원년 멤버' 싱가포르 1위 부자가 사는 동네…한 채에 2000억원대 저택 즐비
'나심로드'는 싱가포르 중심가인 '탕린 로드'(Tanglin Road)와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 사이로 난 도로 이름이다. 하지만 주변의 고급 주택 밀집 지역을 통칭하는 단어로 더욱 널리 쓰이고 있다. 해당 지역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조용하고 녹음이 우거진 환경을 자랑한다. 또 인근에는 쇼핑 중심지인 오차드 로드(Orchard Road), 5성급 호텔, 고급 레스토랑 등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생활 인프라도 우수한 편이다. 싱가포르 주요 비즈니스 지구인 마리나 베이(Marina Bay) 역시 차로 10분 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나심로드에는 싱가포르가 자랑하는 'GCB' 유형의 저택이 여럿 존재한다. 'GCB'는 대지면적 최소 1400㎡(약 420평) 이상, 건물 높이 2층 이하로 제한되는 단독저택이다. 대지면적이 넓은수록 높게 짓는 일반 상식과는 반대되는 형태다. 고층 건물이나 고밀도 개발을 막아 부촌의 상징성과 품격을 유지하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도시계획 철학이 담겨 있다. 효율 보다는 상징성과 품격을 강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자들의 주택 형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실제로 나심로드에는 싱가포르 1위 부자, 동남아시아 왕족, 재벌 총수 급 인사 등 글로벌 상위 1% 자산가 소유의 저택이 즐비하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마크 저커버크와 함께 페이스북(현 메타)을 공동 창업한 에두아르두 사베린(Eduardo Saverin)이 꼽힌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사베린의 순자산은 약 430억달러(원화 약 61조 원)에 달한다. 그는 3년 연속 싱가포르 최고 부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베린은 지난 2019년 나심로드에 위치한 저택 한 채를 2억3000만 싱가포르달러(원화 약 2500억원)에 매입했다. 저택의 대지면적은 약 8453㎡(약 2550평)에 달한다. 2층으로 구성된 건물을 비롯해 대규모 수영장, 정식 규모의 테니스 코드 등이 마련돼 있다. 저택 주변으로 넓은 정원과 녹지가 펼쳐져 있어 저택 자체가 하나의 공원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 현지 부동산에 따르면 해당 저택의 현재 가치는 약 3억 싱가포르달러(원화 약 3300억원) 수준이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첨단 소재 및 나노 기술 기업 '나노필름 테크 인터내셔널'(Nanofilm Tech Intl) 창업주 쉬쉬 박사(Dr. Shi Xu)도 아내 진샤오췬(Jin Xiao Qun) 명의로 나심로드 저택을 소유하고 있다. 나노필름 테크 인터내셔널은 지난 2020년 싱가포르 증시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주목받은 기업으로 지난해 기준 매출 2억430만 싱가포르달러(원화 약 2243억원)를 기록했다. 덕분에 상장 당시 회사 지분의 약 53%를 직접 보유한 두 사람은 단숨에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이들 부부는 기업 공개 전인 지난 2021년 약 2억1000만 싱가포르달러(원화 약 2300억원)를 들여 대지면적 약 7843m²(약 2370평) 규모의 저택을 매입했다. 이후 2000만 싱가포르달러(원화 약 200억원)를 들여 리모델링에 나섰다. 그 결과 해당 저택의 정원에는 인공 연못과 분수가, 실내에는 복수의 응접실과 전용 영화관 등이 설치됐다. 싱가포르 현지 부동산에 따르면 해당 저택의 현재 가치는 약 2억4000만 싱가포르달러(원화 약 2600억원) 수준이다.
부동산 부호부터 인근 국가 왕족까지…싱가포르 정부 보증 '부촌 프리미엄' 효과 톡톡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아시아 전역에 걸쳐 부동산 개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OUE 유한회사의 스티븐 리아디(Stephen Riady) 회장 역시 나심로드 대저택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9년 약 9500만 싱가포르달러(원화 약 1000억원)를 들여 대지면적 약 3182m²(약 960평) 규모의 저택을 매입했다. 인도네시아 출신인 리아디 회장이 매입한 저택은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장 프랑수아 밀루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해당 저택은 나심로드 내에서도 아름다은 외관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현대 건축미와 전통적인 싱가포르 고급 주택 양식을 동시에 담고 있으며 리아디 회장이 소장한 예술품과 조각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어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해당 저택의 가치는 약 1억400만 싱가포르달러(원화 약 1140억원)로 추산됐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부동산 투자 및 개발 회사 홍폭 코퍼레이션(Hong Fok Corporation Limited)의 청 핀 추안(Cheong Pin Chuan) 회장도 나심로드 인근 저택을 한 채 소유하고 있다. 그는 2019년 1억8000만 싱가포르달러(원화 약 1900억원)를 들여 대지면적 약 6400m²(약 1900평) 규모의 저택을 매입했다. 해당 저택의 현재 약 가치는 2억 싱가포르달러(원화 약 2200억원)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나심로드에는 인근 국가인 브루나이 왕족의 제프리 볼키아 왕자 소유의 저택도 자리하고 있다. 볼키아 왕자는 2018년 대지면적 약 7500m²(약 2270평) 규모의 저택 한 채를 약 2억만 싱가포르달러(원화 약 2200억원)에 매입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치는 약 2억2000만 싱가포르달러(원화 약 2400억원) 수준이다. 해당 저택 인근에는 각국 대사관과 외교관저들이 밀집해 있어 국제 외교에 용이하게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나심로드가 세계 자산가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는 부촌 이상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며 "도심 접근성과 자연환경, GCB가 지니는 상징적 가치, 철저한 보안 시스템 등이 글로벌 자산가들의 관심을 불러모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 차원이 엄격한 도시계획과 건축 규제로 자산 가치의 안정성과 희소성을 보장받는 독특한 구조는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희소성 있는 프리미엄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