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이후 시중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무브’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묶이자,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방향을 틀며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부동산 규제 강화, 투기지역 전면 확대
정부는 지난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규제 지역을 대폭 늘렸다. 서울 25개 전 자치구를 포함해 경기 과천·성남(분당·수정·중원)·하남·수원(영통·장안·팔달)·안양 동안구·용인 수지구·광명·의왕 등 총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주택담보대출(LTV) 한도는 40%로 제한되고, 다주택자 대출은 전면 금지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갭투자’는 사실상 봉쇄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택이 투기 수단으로 변질돼 주거 불안을 초래했다”며 “부동산보다 금융시장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증시로 몰리는 자금…예탁금·거래대금 급등
정책 기조 변화는 개인투자자의 기대심리를 자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15일부터 20일까지 코스피는 6.55% 상승했고, 첫 규제 발표일인 6월 27일 이후로는 무려 23.25% 급등했다. 이날 장중 한때 3802.53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투자자 예탁금은 6월 말 67조원에서 76조원으로 불과 넉 달 만에 10% 이상 늘었다.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20조원대 중반으로 급증하며 ‘돈이 도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KRX 증권지수도 같은 기간 10.4% 상승했다. 증권업종은 거래대금 확대의 직접 수혜주로 꼽힌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정부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돈 번다”는 글이 돌고 있다. 한 네티즌은 “박근혜 정부 때 집, 문재인 정부 때 상급지 이동, 윤석열 정부 때 홀딩이었다면 이번엔 주식”이라며 “이번 정부는 ‘주식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수도권 부동산 ‘관망세’ 전환…건설주 하락세
강도 높은 규제의 여파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KRX 건설지수는 6월 27일 이후 13.2%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매매가격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 방향성은 불확실하다고 본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입주물량 부족과 월세 상승세 등 가격 상승 요인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정비사업 수익성 악화로 건설사의 착공 물량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9월 기준 전국 누적 분양 물량은 14만5000호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코스피 상승, 머니무브 본격화 신호
전문가들은 이번 자금 이동을 단기 현상이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본다.
윤수민 농협 부동산전문위원은 “10억원대 주택 수요가 급감하면서 자금이 증시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도 “부동산 불패 신화 속에서 코스피는 늘 저평가돼 왔다”며 “부동산은 비생산적 자금이지만, 주식은 기업의 혈액 역할을 한다. 이번 규제를 계기로 자본시장이 균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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