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있어도 국내선 치료 불가"…희귀질환 환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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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있어도 국내선 치료 불가"…희귀질환 환자의 눈물

모두서치 2025-10-20 15:18: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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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유전자·세포 치료를 받지 못하면 아이가 실명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규제에 막혀 임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 이모(4)군은 생후 1개월 무렵 흰색 눈동자가 보여 치료를 위해 병원을 전전하다, 뒤늦게 아이가 선천망막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노리에병, FEVR(미숙혈관망막병증)으로 양안 모두 시력을 잃었고, 유전자·세포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구적출을 해야할 위기에 처해 있지만 치료를 할 수 없다. 국내 의료진이 선천망막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법적 규제 때문에 임상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김모(6)군은 태내 태동 감소로 심정지로 태어나 니큐(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망막 분리 및 출혈 진단을 받았다. 서울대병원에서 양안을 모두 수술했지만 수술로 소안구가 돼 한쪽 시력을 잃었다. 이군의 질환은 소안구증이 동반된 미숙아망막병증으로 남은 눈도 실명 위기에 놓여 있지만 규제의 벽에 막혀 유일한 치료 수단인 유전자·세포치료를 받을 수 없다.

20일 의료계와 환자단체 등에 따르면 국내 연구진이 4년 전에 소아 실명의 원인인 선천망막질환의 유전자·세포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확보했지만 법적 규제와 막대한 예산 등에 막혀 임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선천성 망막질환은 시간이 흐를수록 시력이 나빠지고 심각한 경우 안구적출이 시행될 수도 있다. 유일한 희망은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제거하고 세포를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세포 치료제다.

현재 미숙아망막병증(ROP), 노리에병 등 난치안질환·소아암 등 유전자 변이로 인한 희귀질환 환자들이 법적 규제 등에 막혀 유전자·세포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 800여명, 세브란스병원에 1000여명의 소아 안질환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이 질환에 대한 원천기술을 이미 4년 전에 보유하고 있다. 김정훈 서울대병원 소아안과 교수팀은 2021년 동물 실험을 통해 세계 최초로 '4세대 프라임 기술'로 유전자 교정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DNA 이중가닥 중 한가닥을 잘라내 손상된 DNA를 대체할 다른 DNA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선천망막질환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잘라내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치료제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임상 시험조차 진행할 수 없다. 현행 '첨단재생바이오법'(첨생법)은 환자 자신의 세포를 체외에서 조작해 투여하는 '생체 외 방식'(ex-vivo) 유전자 방식만 허용하고 있고, 체내에 직접 유전자를 주입하는 '생체 내 방식'(in-vivo)의 경우 임상조차 불가능하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법률상 두 방식을 모두 포함하는 등 임상 연구와 치료가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원천기술은 갖고 있지만, 법률 제한과 막대한 비용 등에 가로막혀 임상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첨단재생바이오법 제2조는 '첨단재생의료는 사람의 신체 구조 또는 기능을 재생, 회복 또는 형성하거나 질병을 치료 또는 예방하기 위해 인체세포 등을 이용한 세포 치료, 유전자 치료, 조직 공학 치료 등'이라고 명시 돼 있다. '인체세포 등'의 정의에 유전물질과 핵산물질에 관한 내용이 빠져 있어 생체 내 방식 유전자 치료의 법적 근거가 미비한 실정이다.

이주혁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 대표는 "현재 첨생법상 인체세포 등의 정의에는 '생체 내 방식'이 포함돼 있지 않아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이미 허가된 치료제조차 국내에서는 임상연구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세포처리시설의 시설기준 역시 현실과 맞지 않아 첨단재생의료 연구와 산업 현장 모두 제도적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치료가 받기 위해 미국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용 때문에 임상이 허용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는 단순히 연구나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명권과 희귀·난치질환 아동의 치료기회가 달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회에서도 법 개정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중이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유전자·세포 치료 활성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인체세포 등'의 정의에 유전물질과 핵산물질을 추가해 유전자·세포 치료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줄기세포 치료와 같은 첨단재생의료를 국내에서 허용하는 등 바이오헬스 산업 규제 완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중대·희귀·난치질환 환자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 규제를 완화해 첨단재생의료를 활성화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중대·희귀·난치 질환자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를) 전향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고, 임상이 빠르게 이뤄지도록 과감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며 "첨단산업 규제는 공직자들이 최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미리 답을 정해놓고 '일단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일단 돼'라는 쪽으로 마인드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막대한 비용이라는 허들도 넘어야 한다. 유전자·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임상 비용은 5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반면 유전자·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범부처 재생의료개발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7억원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분산돼 있어 실제 현장에서 투입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환자단체의 설명이다.

이주혁 대표는 "보건복지부의 바이오특화 연구사업과 과학기술부의 유전자세포 선도화전략사업은 단순한 연구사업이 아니라, 환자들의 치료 접근권과 국가 바이오 경쟁력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핵심적인 정책"이라며 "유전자세포치료가 첨단사업이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고, 각 분야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원천기술을 개발하는데 까지 지원을 해 준다면 기업들도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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