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KT 김영섭 대표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에 제동이 걸렸다. 연이은 해킹 사태로 국민적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 낙하산 의혹까지 더해지며 수장 책임을 묻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실상 사퇴 압박이다. 분수령은 오는 21일 예정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국정감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감장에서 김 대표의 향후 거취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질 것이란 게 통신업계와 정치권의 공통된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과방위 국감 증인으로 소환장을 받은 KT 임직원은 ▲이용복 부문상무 ▲추의정 사내상무 ▲허태원 컴플라이언추진실장 ▲황태선 CISO/CPO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 ▲구현모 전 대표 ▲윤경림 최종사장후보(증인 명단 순) 등이다. 이들은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및 해킹 사건의 경위와 대응 방안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KT가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을 확보하면서 촉발됐다. 현재까지 조사된 결과, 불법 펨토셀 ID는 기존 4개에서 16개가 추가로 확인돼 총 20개로 늘어났다. 해당 ID에 접속한 고객은 약 2200명이 추가 확인되면서 총 2만22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무단 소액결제가 발생한 ID는 1개이며 피해자는 기존 362명에서 368명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초기 사고 이후의 대응 과정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KT가 정부 조사에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증거를 은닉한 정황이 있다며 지난 2일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KT는 사태 발생 이전인 8월 1일 서버를 폐기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13일까지 작업이 이뤄졌고 폐기한 서버의 백업 로그도 조사단에 늦게 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에 대해 KT 내부에서는 김 대표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KT 새노조는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늑장 대응을 꼬집었다.
KT 새노조는 “경영진이 사고 발생 열흘이 지나서야 공지를 게시했고, 이미 원인을 알고 조치를 취한 뒤에도 국회에 ‘이상 정황이 없다’고 허위 보고했다”며 “김영섭 사장은 청문회에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국감에서 KT 대표 교체 촉구에 본격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지난달 청문회에서 “KT는 피해 사실을 숨기고 축소만 반복했다”며 “사퇴조차 언급하지 않는 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지금 거취를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사태 수습에 집중하겠다”고 즉답을 피한 바 있다.
김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로 약 5개월이 남았다. 통신업계 관례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 후보는 임기 만료 3개월 전까지 확정돼야 한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오는 11월 말쯤 연임 의사를 밝히고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임기 완주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실제 국감을 앞둔 민주당 소속 과방위 위원들은 김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민수 의원실 관계자는 “국가기간통신망을 운영하는 KT의 현 상황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국정감사를 통해 김 대표를 포함한 책임자 전원의 사퇴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윤석열 정부 시절 낙하산 인사로 선임됐다는 점도 이번 논란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실에 따르면, KT에는 과기부 및 산하기관 출신 인력이 90명에 달해 민영화된 이후에도 공공기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편, 21일 국감에는 김 대표 외에도 SK텔레콤 유영상 사장, LG유플러스 홍범식 사장도 증인으로 출석해 통신사들의 해킹 대응 체계와 보안 관리 실태에 대해 질의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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