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농민들의 경영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공급하는 농업용 면세유가 농협의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농협 주유소 대다수가 면세유 공급시 통상적인 마진율보다 높은 마진율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정확한 실태조사와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본보는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지역농협 주유소별 면세유 판매현황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본보는 해당 자료를 근거로 총 765개 지역농협 주유소들이 적정한 가격에 면세유를 공급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지역농협 주유소는 면세전가격에 면세를 반영한 뒤, 필요경비와 마진 등을 붙여 농민들에게 면세유로 판매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면세유 필요경비는 정유사에서 과세유로 공급받아 면세유로 판매하고 사후환급을 받는 농업용 면세유의 특성과 주유소의 규모, 경영환경, 산정기준 등이 달라 산출이 어렵다. 마진관련 정보는 석유류 구매계약상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가 어렵다”며 필요경비와 마진은 비공개했다.
이에 본보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과 함께 관련 자료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의 가격정보와 비교해 분석했다. 경실련은 정유사가 공급하는 세전가격을 참고해 각 지역농협 주유소의 유통마진을 추산해 봤다. 통상 주유소의 평균 마진율은 5~6%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의 각 지역농협 주유소별 면세유 가격(휘발유 기준)을 분석한 결과, 마진율이 10%를 넘는 주유소가 1월 199곳, 2월 710곳, 3월 709곳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기준 1월 평균 면세유 가격은 리터당 908원이며 평균 마진율은 8%(리터당 73원)였으며 2월 평균 면세유 가격은 리터당 936원, 평균 마진율은 12%(리터당 114원)로 추산됐다. 3월 평균 면세유 가격은 리터당 911원으로 평균 마진율이 13%(리터당 124원)까지 나왔다.
지역농협 주유소 중 면세유(휘발유 기준) 마진율이 15%를 초과한 곳은 지난 1월 단 3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2월에는 마진율 15% 초과가 45곳으로 늘어났고 3월에는 195곳까지 확대됐다.
지난 2월은 과세유 기준 평균 가격이 휘발유는 리터당 1720원, 경유는 리터당 1582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기름값이 높았던 시기다. 고유가 시기에 조합원인 농민의 부담을 덜기는커녕 오히려 마진율을 더욱 올려서 판매했던 셈이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연속 마진율이 10% 이상으로 나온 지역농협 주유소 역시 114곳으로 전체 지역농협 주유소 중 18.3%를 차지했다. 판매경비와 카드 수수료 등을 감안해도 마진율이 통상적인 수준의 곱절에 해당하는 두 자리 숫자를 기록한 것은 농업용 면세유 공급이 조합원인 농민을 위해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높은 상황으로 여겨진다.
대다수 지역농협 주유소들의 마진율은 매월 변동폭이 큰 추이를 보이며 면세유 계산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러다 보니 같은 시군 내에 위치한 지역농협 주유소인데도 서로 비교해보면 이해하기 힘든 가격이 형성되기도 했다.
경남 남해군의 A주유소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같은 남해군의 B주유소와 비교해 과세유는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면세유는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매겼다. 두 농협 간 가장 큰 차이가 났던 시기를 보면 지난 4월 A주유소는 휘발유의 과세유를 리터당 1624원, 면세유는 리터당 949원에 판매했으나 B주유소는 과세유를 리터당 1661원, 면세유는 리터당 877원에 판매했다. 과세유는 A주유소 가격이 B주유소보다 리터당 37원 낮았는데도 면세유는 오히려 리터당 72원 높게 판 셈이다. 강원 원주시, 경남 합천군에서도 두 농협 주유소간 과세유와 면세유의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주유소들이 있었다.
같은 지역의 농협 주유소끼리 과세유 가격은 엇비슷한데 면세유 가격만 유독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강원 홍천군의 C주유소와 D주유소(경유)는 과세유 가격은 리터당 10원 내외의 가격 차이에 그쳤는데 면세유 가격은 리터당 50~60원대로 가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농업용 면세유 공급은 농민의 경영비 부담을 덜어주고자 지난 1986년 도입됐으며 각종 유류세(개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등)를 감면하는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농민들은 본인에게 할당된 연간 한도 내에서 지역농협 주유소나 지정 주유소 등에서 면세유를 구매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용 면세유 공급량은 13억3000만리터이며 감면세액 규모는 5706억원에 이르고 있다. 농식품부 농업경영정책과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조세특례제한법에 의거해 농업용 면세유 제도의 일몰기간은 내년 12월 31일까지”라며 “연장 여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지역농협 주유소별 면세유 판매현황 자료를 분석한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은 “정부가 농민들의 경영비 부담을 덜어주고자 면세유를 공급하는 건데 중간 유통마진으로 빠져나가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라며 “일정한 마진율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최대한 이윤을 남기기 위해 월별 마진율을 조정한 게 아닌가하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 과도한 마진을 남기지 못하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임미애 의원은 “농민들의 경영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농업용 면세유가 지역농협 배불리기에 잘못 사용되는 실태는 매우 부적절하다”라며 “면세유가 원래 목적에 맞게 공급·유통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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