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재편 속도전①] ‘한국판 사우스웨스트’ 꿈꾸는 제주항공…체질개선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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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재편 속도전①] ‘한국판 사우스웨스트’ 꿈꾸는 제주항공…체질개선 잰걸음

투데이신문 2025-10-20 14:28: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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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비용항공(LCC) 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신규 항공사까지 등장하며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고, 노선 중복으로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9개 LCC 항공사들이 같은 하늘길에서 맞붙는 가운데, 수익성 확보는 업계 전반의 과제가 되고 있다. 항공사들이 저마다 M&A(인수합병), 기업 통합 등을 통한 생존 전략에 힘쓰는 이유다. 이에 따른 시장 재편도 본격화되고 있다.  <편집자주>

제주항공 B737-8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B737-8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제주항공의 경영 방침은 내실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LCC의 기본 공식인 ‘저비용 구조+리스 항공기 운용’에서 벗어나,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고 운영 구조를 바꾸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단순히 운임을 낮추기보다는 비용 구조·운항 방식·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비하는 장기 전략에 가까운 행보다.

20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항공기는 총 44대다. 이 중 11대가 직접 구매한 기재로 전체의 약 25%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LCC가 보유 기재를 전량 리스에 의존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제주항공은 2018년 보잉과 B737-8 항공기 50대(확정 40대·옵션 10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을 시작했다. 지난해 2대, 올해 상반기 2대를 인도받았으며 이날 신규 구매기 1대를 도입했다. 제주항공은 연말까지 같은 기종 1대를 추가 구매 도입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이 보잉 단일기종 확대 방식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있다. 사우스웨스트는 보잉 737 단일 기종으로 중·단거리 직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보유 항공기 810대 중 697대(약 86%)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특히 LCC 가운데 드물게 장기간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항공은 기단 운영부터 노선 구성, 서비스 전략 전반에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운영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항공기를 직접 사들이는 방식은 리스보다 초기 자금 소요가 큰 선택이다. 그럼에도 항공사들이 이 방식을 주목하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따져볼 때 비용 구조가 오히려 안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 기체는 기령이 낮아 정비 주기가 길고 고장 확률도 낮아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연료 효율 또한 최신 기종일수록 개선돼 운항당 비용이 줄어든다. 감가상각이 진행되면 회계상 비용 부담도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해, 운항 횟수가 누적될수록 리스보다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는 ▲보잉 737 단일 기종 운용 ▲정비·조종사 교육 표준화 ▲허브 환승 대신 직항(P2P) 확대 ▲지방·세컨더리 공항 활용 ▲기내 유머·참여형 서비스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2007년부터 진행 중인 타로, 풍선아트, 캘리그라피, 캐리커처 등의 기내 이벤트 역시 사우스웨스트의 유머 방송·기내 퍼포먼스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좌석 운영 방식 또한 유사하다. 제주항공은 일반석 외에 추가 요금을 받는 ‘비즈라이트’ 좌석을 운영하며 이는 사우스웨스트의 레그룸 확장석과 동일한 수익 구조에 가깝다.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운항 방식에서도 두 항공사는 공항 허브에 승객을 모아 환승시키는 FSC 방식과 달리, 수요가 있는 도시를 직접 연결하는 P2P 전략을 유지한다. 다만 사우스웨스트가 미국 내 국내선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다면, 제주항공은 동북아·동남아·대양주 등 국제 단거리 노선에서 같은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김포와 제주 같은 주요 거점뿐 아니라 일본 지방공항, 동남아 중형도시 등 세컨더리 공항까지 운항 범위를 넓히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인하공업전문대 이휘영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제주항공이 사우스웨스트를 참고하는 이유는 단일 기종 운영, 단거리 운항 중심, 비용 효율화 같은 운영 방식 자체가 오래 검증된 모델이기 때문”이라며 “이 방식을 바탕으로 운항 효율과 경영 효율을 끌어올리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전략 중 하나가 항공기 직접 구매”라며 “환율이 오를수록 리스료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구매 비중을 늘리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더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동남아·대양주 등 노선 다변화도 병행해 수익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벗어나 충돌·화재가 발생해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조류 충돌 가능성, 착륙 절차상 판단 문제, 공항 구조물 영향 등 여러 원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이 여파로 LCC의 비용 효율 중심 구조가 안전 투자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으며, 소비자 불안 역시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또 하나의 변수는 시장 재편에 따른 경쟁사 등장이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을 묶는 통합 LCC가 이르면 내년 말 출범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항공기 보유 규모와 수송 능력에서 제주항공을 단숨에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 통합 LCC의 정비·운항·예약 시스템 일원화로 비용 구조 개선이 기대되는 바, 지금까지 제주항공이 지켜 온 ‘LCC 1위’ 타이틀도 더 이상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 교수는 “지난해 제주항공 사고 이후 LCC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안전 매뉴얼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운항 현장에서 안정성이 지속적으로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통합 LCC가 출범하면 규모가 다른 경쟁자가 등장하게 되는 만큼 대응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노선 운영과 비용 구조, 경영전략까지 보다 효율적으로 준비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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