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대선 결선 투표에서 19일(현지 시각) 중도파인 로드리고 파스 상원의원(58)이 당선돼 20년간의 좌파 정권이 막을 내렸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볼리비아 최고선거재판소(TSE)는 이날 결선 투표에서 기독민주당(PDC) 파스 후보가 54.53%를 얻어 자유민주당의 호르헤 키로가 후보(45.47%)를 앞섰다고 밝혔다.
◆ “볼리비아, 시장 중심 개혁 노선 선택”
볼리비아 대선은 8월 1차 투표에서 파스와 키로가 후보가 각각 32.06%와 26.70%를 얻어 이날 결선 투표가 이뤄졌다.
이번 선거는 2005년 이후 이어진 좌파 사회주의운동당(MAS)의 무능과 부패, 그리고 좌파 포퓰리즘에 대한 평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좌파 모델의 종말을 의미한다”며 “볼리비아가 시장 중심의 현실적 개혁 노선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좌파 진영은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루이스 아르세 현 대통령이 서로 분열하면서 자멸했다.
모랄레스는 15세 소녀에 대한 미성년 강간 혐의로 체포를 피해 시골 거점에 구금되어 있으며 출마가 금지됐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지지자들에게 투표용지를 훼손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19일에는 “우리는 국민의 불멸의 힘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고 말해 향후 정치적 불안정에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다.
그는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으로 2006년 1월 22일부터 2019년 11월 10일까지 13년 9개월 동안 재임했다.
◆ 파스 당선인, 중국·이란·베네수엘라 편향 정책 선회 약속
파스 당선자는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국가의 광대한 광물 자원을 개발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파스 당선인은 좌파 볼리비아 지도자들이 중국,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 미국과 맞서는 국가들과 수년간 관계를 유지해 온 것에서 선회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파스 당선인은 이들 국가가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해 왔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 좌파 정권 하에서는 미국 대사, 마약 단속 당국자, 그리고 미국 개발 기관들을 추방했다.
파스 당선인은 거의 20년간 지속된 동결되어온 외국인 광산 투자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해외 광산업체에 반대했던 지역 주민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리튬 매장지 개발을 위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볼리비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엄격한 국가 통제로 투자가 저해되어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볼리비아는 중국과 러시아 기업에 더욱 개방적이었지만 투자자들이 이웃 아르헨티나와 칠레로 몰리면서 리튬 광산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 노조 등 반발 예상
파스는 강력한 노조와 사회 운동의 저항에 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 전망했다.
이들은 주정부에 연간 약 30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하는 연료 보조금 삭감에 항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파스는 의회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번 대선 경쟁자였던 키로가 의원 등 보다 온건한 좌파의 지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말했다.
파스 당선인은 고통스러운 지출 삭감을 신속하게 시행하는 대신 막대한 예산 적자를 줄이기 위해 점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분석가들은 여전히 저항과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파스는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라는 선거 슬로건의 일환으로 광대한 지하경제를 공개 시장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진한 볼리비아의 가스 생산 증대에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파스는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유권자들에게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원이 여러분의 것이고 그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 파스 당선인의 험난한 앞날
파스 당선인은 2014년 이후 가스 생산량이 거의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위기에 빠진 경제를 물려받으면서 큰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보유고는 달러 페그제를 방어하면서 2014년 약 150억 달러에서 약 20억 달러로 급감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23%를 넘어 3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플로리다 국제대학에서 볼리비아를 연구하는 볼리비아인 에두아르도 가마라는 “볼리비아가 오늘날 경제적으로 직면한 상황은 10년 전만 해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
워싱턴에 있는 정책 그룹 국제금융연구소(IIF)에 따르면 낭비적인 국유기업으로의 이전을 포함한 재정적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IIF는 최근 보고서에서 “볼리비아의 모델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 현실”이라며 “문제는 조정이 이루어질지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파괴적으로 진행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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