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 개혁의 아이콘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 사장은 최근 <뉴스로드>와 만나 “지금의 매입 임대 정책은 서민 주거 안정이 아니라 건설·매도업자에게 세금으로 특혜와 보장된 수익으로 안겨주는 구조로 변질됐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LH·SH가 직접 지어 후분양·토지임대부 방식 등으로 3억원대 분양주택을 꾸준히 공급하던 2010년 전후에는 시장이 안정됐지만, 지금처럼 정부가 매달 주변시세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수천 채씩 매입하면 통계상 거래량과 실거래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착시가 불가피하다”라고 경고했다.
▲ 공공의 ‘주택 무제한 매입’이 부동산 가격을 견인한다
김 전 사장은 “서울의 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래량이 500건 수준까지 떨어졌던 윤석열 정부 초기에는 집값이 자연스레 안정됐었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고가 주택으로 돈 벌기는 어렵다’라는 신호가 시장에 퍼졌고, 강남 30억대 아파트를 사러 다니는 사람이 없었다”며 “그런데 박상우 전 국토부 장관이 2023년 말부터 빌라 무제한 매입 등 매입임대 확장 정책을 시작했고, 이후 작년 봄부터 주택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 배경으로 LH공사의 대규모 매입임대 확대를 꼽았다. "2022년 당시 원희룡 장관이 '내 돈이면 안산다'는 지적에 LH도 매입임대를 멈추자 2023년까지는 집값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는 SH공사, GH공사까지 신축약정 매입 등에 가세했다. 2023년 이후 LH가 3만 9천호, GH·IH 등까지 합치면 5만호 가까이 매입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런 흐름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매달 감정가(직전 공공 매입가: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공이 매월 반복 매입하면, 통계상 서울·수도권 주택 가격은 ‘매달 상승’으로 찍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 “작년부터 실제 거래의 절반은 공공이 사들인다… ‘가짜 상승장’”
그는 "수도권 전체 주택 약 1,100만호 중 정상적인 연간 거래량은 약 40만건 수준이지만, 최근 3년 동안은 10만 건도 안 되는 거래량 중 절반 가까이를 공공이 매입하고 있다”며 “결국 ‘민간 수요와 거래도 별로 없는 시장’에서 정부가 개입해서 거래가격 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은 매주 부동산원 등이 배포하는 통계를 근거로 ‘집값이 오른다’고 보도하지만, 실제로는 정부(공공의 매입 가격)의 감정가 등 매입(수매)가격 상향 매입 효과일 뿐이다. 시장 자율로 실제 거래가격이 상승한 것처럼 왜곡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이 주택가격을 잡겠다며 나섰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장에 직접 참여 주택거래량의 절반 가까운 물량을 사들인 가격의 상단을 보증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국감 자료가 드러낸 LH 매입임대의 민낯 — “5년간 24건의 비위·부정 적발”
지난 12일 김종양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LH 빌라 매입 임대 사업에서 24건의 비위·부정 사례가 적발됐다. 주요 유형은 ▲고가 매입 및 부적정 계약 ▲외부 심사위원 선정 과정 부당 개입 ▲금품·향응 수수 ▲가족 소유 주택 매입 등이다.
김 전 사장은 이 내용을 언급하며 “이건 구조적 문제다. 감정평가부터 계약, 사후관리까지 가격 검증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는 업자들이 직접 가격을 제시하고, 공공이 그대로 받아주는 사례도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비리와 예산 낭비가 필연적”이라고 비판했다.
▲ “화곡동 빌라 7억, 송파 오피스텔 7억… 관리비 45만원짜리 ‘공공임대’”
LH는 작년에 화곡동 빌라(방 3개·욕실 1개)를 7억원에 매입해 논란이 일었다. SH는 올해 송파구 오피스텔을 7억원에 사들여, 보증금 1억원, 월세 100만~116만원, 관리비 45만원에 공급했다.
김 전 사장은 “이런 고가 매입 주택이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으니 관리비는 오르고 매입한 빌라 등의 공실은 늘어나며, 예산은 낭비된다”고 했다. “그런데 LH는 공실 현황조차 비공개한다. 국민 세금으로 산 주택인데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구조다.”
▲ “李 정부 신축매입임대 14만호로 더 늘려, 예산 낭비와 시세 자극의 직행열차”
이재명 정부가 9·7 부동산 대책을 통해 밝힌 신축매입임대 14만호 매입 확대 계획에 대해 그는 “민간업자의 토지비와 건축비 거품을 공공이 세금으로 떠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토지 선금 지급, 조기 착공 시 매입 대금 선지급 등 인센티브까지 준다면, 정부가 집 장사에 나선 건설사들의 현금흐름 보증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공공(공기업)이 시장의 매입자이자 가격상한을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공급을 늘리는 게 아니라, 수요를 유발하고, 거래량과 거래가격을 왜곡 거래가격 상향을 고착화시키는 나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 “LH·SH는 ‘짓는 기관’… 매입 중심이면 ‘한국토지주택매입공사’로 이름을 바꿔야”
김 전 사장은 LH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주장했다. “본래 LH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쳐 만든 기관입니다. 땅은 팔지 않고, 집은 직접 짓는 구조로 설계되어 50년간 운영됐죠. 하지만 두 공기업을 통합한 이후 지금은 땅은 팔고, 집을 사들이는 기관이 됐습니다.”
그는 “이럴 거면 차라리 이름을 ‘한국토지주택매입공사’로 바꾸라”며 “이 구조가 지속되면 공공의 주택 공급과 생산 능력은 쇠퇴하고, 업자 중심의 정책이 고착화된다”고 했다.
▲ “신축약정 주택매입임대 멈추고, 기존주택 매입하더라도 ‘경매가 기준’으로 바꿔야”
김 전 사장은 “신축약정매입은 즉시 중단하고, 꼭 필요한 경우 기존주택만 매입하되 반드시 경매낙찰가 등 시장 하락 국면의 시세를 반영해 매입해야 한다”면서 “과거 고분양가·고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감정가를 산정하면 거품 가격 매입에 세금이 투입되는 꼴이다. 매입은 최소화하되, 반드시 공개 감정·하한 가격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3억대 토지임대부 주택, 한 달에 5천호 이상 사전 예약 가능...LH, 재무도 건전해져”
그는 현실적 대안으로 ‘토지임대부+후분양+사전 예약제도’ 3단계 모델을 제시했다.
김 전 사장은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값만 분양하면 25평형 기준 3억원대 공급이 충분히 가능하다. 매월 수도권에서 5천 가구씩 예약 물량이 쏟아지면 청년·무주택 실수요층이 ‘비싼 기존주택’ 대신 합리적 신규 공급으로 이동하게 된다. 매달 3천호 이상을 매입하던 예산 지출은 줄고, 수십년 빌라 등 수선유지 비용 부담도 사라진다"고 짚었다.
그는 “이 모델을 꾸준히 운영하면, 강남·서울과 수도권 고가시장으로 쏠리는 투기수요가 차츰 사라진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공급 루틴이 바로 가격의 닻”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지임대부는 정부 예산이 한 푼도 투입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토지를 공공이 수용해 자산으로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면 LH와 SH의 재무구조가 개선된다. 2기 신도시 판교와 위례 등 건설 당시부터 이런 구조를 유지했었더라면, LH는 지금 천조원대의 토지자산을 축적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처럼 땅을 팔아 재정을 메우는 구조는 소중한 미래세대의 자산을 팔아 일시적 유동성을 확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공약했던 '기본주택' 중 분양형이 바로 토지임대부 방식"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토지를 팔지 말라고 하니, 민간 참여형이라는 말로 포장만 바꾼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지적했다.
▲ “지방형 공공주택 전환으로 국토 균형 발전까지...공기업의 공공성 훼손되면 안돼”
그는 또한 “수도권 과열 완화와 지방균형발전을 함께 봐야 한다”며 “지금 매입임대 예산으로 공공이 투자하는 예산은 연간 10조원 규모 투입된다. 그중 절반만 돌려도 지방에 맞는 지역 특화 공공주택 공급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지방 소멸 문제도 완화되고 국토 균형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민들 쌀 수매하는 돈은 연간 1조원에 불과한데도 많다고 국회에서 여야가 공방하면서 10조원 넘는 규모로 미분양 주택 매입도 모자라, 상가까지 수매방식을 동원 특혜를 주겠다는 관료들이 만들어 낸 정책 이해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그는 “LH와 SH 같은 기관에 부적절한 인사들이 수장을 맡게 되면 공공성이 훼손되고 업계 대변인으로 전락한다”라며 “장수명(100년) 구조의 ‘백년주택’ 토지임대부 건물만 분양 공공주택을 짓고, 절반은 분양·절반은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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