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페달을 쓸 땐 최소 4등분은 할 수 있어야 해요. 저음부에서 너무 깊은 페달은 소리가 다 무너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17일 금요일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스테이지 포 유(Stage for you) 마스터클래스’에서 피아니스트 김주영 교수(세종대)는 참가자 홍은경씨(44)의 연주를 듣고 곡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포인트를 짚었다. ‘아마추어’라는 수식어는 잊은 지 오래, 그저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전공생을 대하듯 진지하고 깊이있는 수업이었다.
이 수업은 오는 26일부터 일주일간 열리는 경기아트센터의 ‘2025 대한민국 피아노 페스티벌’ 프로그램 중 하나로 마련됐다. 전문 연주자들의 공연은 물론 아마추어 연주자들을 위해 공연의 마지막 날인 11월 1일 오전 11시 이들이 무대에 올라 피아노에 대한 열정과 실력을 펼치는 장 ‘스테이지 포 유’가 열린다. 공모를 통해 7명의 비전공자들이 선발돼 마스터클래스 수업을 통해 전문가의 지도를 직접 받으며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한다.
무대에서 선보일 슈만의 ‘판타지 Op.17’ 연습에 한창인 홍씨는 결혼 전 승무원으로 근무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피아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불과 5년 전이다. “초등생 아들이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비싼 돈 들여 피아노 조율까지 해놨는데 아들은 손도 되지 않더라고요. 화도 나고 아깝던 찰나, 인상적으로 봤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한 장면처럼 피아노를 쳐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 연습을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 배웠던 것이 전부였지만 오랜 공백을 깨고 연습을 하니 생각보다 잘 돌아가는 손가락에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기쁨을 느꼈다. 본격적으로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에 당근마켓을 통해 동네에서 레슨 선생님을 구했고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피아노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홍씨는 경기아트센터가 주최·주관하는 마스터클래스에 올해로 두 번째 참가했다. 최근 들어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를 위한 콩쿠르와 마스터클래스는 늘고 있지만 ‘경기도민’을 위한 이런 행사는 정말 귀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마스터클래스, 콩쿠르는 우선 참가비의 부담이 따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할 기회만 주어진다면 도전하는 것이 아마추어들의 속마음인데 참가비도 없이 이렇게 좋은 홀에서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레슨을 받고 공연 홍보물 제작에 연주 기회까지 주어지니 저희들에겐 정말 소중하고 귀한 기회입니다.”
지난해 대한민국 피아노페스티벌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통해 관객을 피아니스트 송영민 교수도 올해 마스터클래스 강사로 참가자들을 만났다. 경기아트센터 마스터클래스는 처음 참여하지만 송 교수는 ‘한별 콩쿠르’라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콩쿠를 기획·운영하며 아마추어 연주자들에 대한 이해를 넓혀왔다.
송 교수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의 활동에 경기아트센터 같은 기관의 관심이 큰 동력이 된다”며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 공연장에서도 이런 기획이 많아졌으면 한다.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풀이 넓어지면 우리나라 클래식 애호가 층이 두터워지고 지방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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