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마다 부담이 있었고 걱정도 많았어요. 하지만 '나는 한가지 색깔만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확신을 가졌죠. 그래서 새로운 인물에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는 기세다'라며 밀고 나가면 정답이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부터 tvN '정년이'까지 임팩트 있는 연기로 존재감을 알리고, 최근 JTBC '백번의 추억'과 디즈니+ '탁류' 두 작품을 동시기에 선보이며 주연배우로서 입지를 탄탄히 굳힌 배우 신예은이 이렇게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모처에서 신예은을 만났다. '백번의 추억'과 '탁류' 관련 에피소드 및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신예은은 '백번의 추억'에서 어두운 과거사를 가졌지만, 끼와 흥 많은 매력 부자 '서종희'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1980년대 버스 안내양부터 미스코리아 진이 되기까지, 그리고 고영례(김다미)와 '애증'의 관계를 이어가는 인물을 섬세한 열연으로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그는 "어디선가 버스 안내양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상황이 아니었다. 소문일 뿐이었는데도 꼭 출연하고 싶더라"라며 "이후 대본을 접했을 때 '종희'라는 인물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종희'를 잘 연기해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 '종희'가 가진 매력을 내 안에서 잘 만들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 중 '종희'와 '영례'는 오랜 시간 함께한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종희'는 '영례'를 누구보다 많이 아끼면서도 시기하고 질투한다. 한 남자 '재필'(허남준)을 두고 갈등이 피어났다.
신예은은 "'종희'와 '영례'가 '재필' 때문에 틀어졌지만, 그것도 우정의 모양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접근했다. 질투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영례'를 사랑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어릴 적과 달리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했다. '영례'가 '재필'이를 택한다 해도 우정이 끊어지지 않을 거라 확신하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예은은 작품 안에서 우정을 나눈 김다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배우들끼리 친해져야 호흡이 잘 맞기 때문에 함께 밥 먹고, 놀러 다니기도 한다. 처음에 다미 언니가 먼저 밥 먹자고 해줬다. '오늘부터 친해져 보자'라면서 노력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언니랑 결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서로 애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따로 연락하고 자주 만나지 않아도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촬영할 때, 감정이 잘 안 잡히는 순간이 있으면 언니 얼굴을 한 번 더 보려고 했다. 그럼 다 잘 되더라. 다미 언니와는 조금 다른 특별함이 있는 것 같다. 팬심인지, 동생의 마음인지, 연기 파트너의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늘 행복하면 좋겠다"며 웃었다.
한편 신예은은 임펙트가 워낙 강했던 '더 글로리' 연진이의 모습이 보일 때가 많다는 반응에 "냉정하게 제 연기를 봤을 때 어떤 부분에서 연진이 같아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신예은'이라는 사람이 연기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고쳐야 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이라고 여기며 늘 고민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탁류'와 관련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신예은은 '탁류'에서 조선 최대 상단을 이끌고자 하는 '최씨 상단'의 막내딸 '최은' 역을 맡았다. '최은'은 전통적인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꿈을 위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진취적이고 당찬 여성이다.
신예은은 "'작품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일까'라는 생각을 했던 시기에 만난 작품이다. 추창민 감독님이 배우 감정을 잘 끄집어 내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욕심이 생기더라"라고 떠올렸다.
'탁류'에서 신예은은 비교적 비중이 작다. 그리고 다른 작품에 비교해 임팩트가 약한 편이다. 이에 대해 "비중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물' 자체가 좋고, 작품을 통해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거나 잘 할 자신이 있을 때 선택한다. '탁류'도 그랬다"고 전했다.
이어 "'탁류'를 통해 나만의 말투, 색깔 등을 지워보고 싶었다. 습관을 벗겨내고자 했다. 또 내게 없는 부분을 찾고, 새로운 걸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덧붙였다.
'탁류'에서 호흡을 맞춘 로운과 박서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두 사람 모두 너무 듬직했다. 로운은 일부러 에너지를 많이 쏟지 않고도 현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박서함은 연기를 잘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더라. 겸손하고 순수하고, 무엇보다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컸다"고 이야기했다.
신예은은 2018년 웹드라마 '에이틴'으로 데뷔했다. 7년 동안 안방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주연배우로 도약했다. 특히 '꽃선비 열애사' '정년이' '백번의 추억' '탁류' 등 시대극에서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는 "시대극을 특별히 좋아해서 선택한 건 아니다. '인물'을 잘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우선으로 출연한 것"이라며 웃었다.
계속해서 신예은은 "사실 작품을 할 때마다 부담이 됐고, 걱정도 많았다. 그렇지만 '한가지 색깔만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확신으로 겁 없이 도전했다. '연기는 기세다'라며 임했고, 확신을 가지고 밀고 나가면 정답이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정답이 아니다 싶을 땐 그것에 수긍했다. 그리고 맞겠다 싶을 땐 직진했다.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면 시청자도 헷갈릴 거로 생각했다"고 했다.
또 신예은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원한대로 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다. 그리고 생각한 것보다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데뷔한 지 엄청 오래되진 않았지만 깎이고 갈고 닦여졌다"라며 "확신을 가지고 연기하는 김태리, 김다미 언니를 보면서, 저 또한 '확신'을 갖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차가운 캐릭터로 존재감을 알린 탓에, 현실에서도 차가울 것 같다는 오해를 받는다는 신예은은 "그래서인지 요즘은 밝은 연기를 할 때 행복하다. 제가 가진 본연의 사랑스러움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라고 바랐다.
그러면서도 "차갑고 냉랭한 페이스를 잘 활용해서 진한 장르물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했다.
데뷔 이후, 한 해 평균 두 작품을 선보이며 '쉼' 없이 달려왔다. 신예은은 "또 좋은 작품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쉼' 없이 할 것 같다. 과정은 힘들고 피곤할지 몰라도 잘 해내면 더 큰 행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미소지었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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