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0명 중 8명 '한국 음식 관광' 즐기는데…예산은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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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10명 중 8명 '한국 음식 관광' 즐기는데…예산은 축소?

폴리뉴스 2025-10-20 10:11:24 신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류'에 이어 'K-푸드'가 한국 관광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정부 예산은 크게 줄고 있다. 이 때문에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의원(국민의힘)이 1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의 음식관광(먹거리 관광) 사업 예산이 2023년 약 20억 원에서 올해 약 12억8000만 원으로 36%나 삭감됐다. 같은 기간 관광공사의 전체 정부 지원 예산이 2023년 약 4,140억 원에서 2024년 약 3,680억 원으로 11%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음식관광 예산의 감소 폭이 세 배가 넘는 셈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4 외래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80.3%가 '식도락 관광(먹거리 체험)'을 주요 활동으로 꼽았다. 이는 '쇼핑(80.2%)'보다 소폭 높고, 자연경관 감상(53.7%)이나 역사·유적지 방문(38.8%)보다도 훨씬 앞서는 수치다.

국내 여행객 조사에서도 '음식 관광'이 자연경관 감상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이제는 '무엇을 먹느냐'가 '무엇을 보느냐'만큼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연욱 의원은 "전 세계가 K-푸드에 열광하는 시대에 정부는 정작 '먹거리 관광 예산'부터 줄이고 있다"며, "관광은 경험 산업이고, 그 경험의 핵심은 입으로 기억되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관광 예산을 대폭 줄인 것은 현실을 외면했거나 정책 인식이 뒤처진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역행이 벌어진 걸까.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관광공사는 매년 비슷한 명칭의 '음식관광 활성화 사업'을 반복해왔지만,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의 체험이나 소비로 이어지는 제대로 된 사업 구조가 부족하다는 내부 비판이 있었다.

더불어 사업 예산 자체가 20억 원 남짓에 불과하다 보니, 실질적인 효과를 낼 만큼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추진 중인 '3,000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에서도 음식관광이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하지만 실제 예산 집행은 이런 전략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 의원의 "3,000만 관광객 시대를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비판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이제 한류 콘텐츠는 K-팝과 드라마를 넘어 K-푸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음식과 체험 중심의 관광 트렌드가 강해지는 만큼, 이에 맞는 전략적 투자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도시들은 음식관광과 체험관광을 결합해 현지화된 먹거리 콘텐츠를 개발해 왔다. 예를 들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쿠킹 클래스, 시장 투어, 전통 음식 만들기 체험 등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사업은 지자체나 민간업체, 식음료 관련 사업자들이 손을 잡고 추진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을 비춰볼 때, 중앙 예산이 줄더라도 지역 단위에서는 여전히 '음식관광 활성화'의 여지가 충분하다 볼 수 있다.

예산 확대는 필수적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80% 넘게 '식도락'을 여행의 주된 동기로 꼽는 상황에서, 음식관광 전용 예산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음식과 체험에서 소비,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생태계를 만드는 구조적 콘텐츠 강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지자체와 민간의 협업을 확대해, 중앙정부 예산이 줄어드는 만큼 지역과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뒷받침할 인프라 보완도 시급하다.

이와 함께,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고 데이터를 쌓아나가야 한다. 음식관광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지, 관광객 만족도와 재방문률이 어떻게 변하는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개선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 전략 역시 발전시켜 K-푸드를 단순한 '음식'이 아닌 '한국 방문 경험'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지속 가능한 한국 관광의 미래를 위해서는 '먹는 경험'을 이제 단순한 옵션이 아니라 핵심 콘텐츠로 바라봐야 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온 이유가 음식 때문"이라고 말하는 지금, 정작 정책과 예산은 그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세계가 K-푸드에 열광하고 있다'는 현실이 정부의 예산 정책과 엇갈려서는 안 된다. 관광의 현장은 국민이 직접 경험하고 기억하는 공간이며, 그중에서도 '입으로 기억되는 순간'이야말로 한국 관광의 미래다. 지금이야말로 음식관광에 대한 실질적 투자와 실행력을 강화해야 할 때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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