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플러스] ‘존 도우’, 허구의 이름이 드러내는 가장 현실적인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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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플러스] ‘존 도우’, 허구의 이름이 드러내는 가장 현실적인 진실

뉴스컬처 2025-10-20 10:0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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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J컬쳐㈜
사진=HJ컬쳐㈜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뮤지컬 '존 도우'가 7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2018년 초연 당시 탄탄한 서사와 묵직한 메시지로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은,  12월 10일부터 2026년 3월 1일까지 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다시 관객과 만난다.

다시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존 도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질문이다. 무엇이 한 시대의 허구를 지금의 진실로 변환시키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향한다. 과연 우리는 ‘존 도우’라는 익명의 목소리를 통해, 지금 이 사회를 직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작품은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1941년 영화 ‘존 도우를 찾아서(Meet John Doe)’를 원작으로 삼고 있으나, 원작의 시대적 배경을 넘어서려는 분명한 시도를 담고 있다. 아카데미 감독상을 세 차례 수상하고, 골든글로브 감독상까지 수상한 거장 카프라의 작품은 당시에도 ‘미디어의 조작과 대중 선동’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뤘지만, 오늘날 뮤지컬의 맥락에서 다시 읽히는 방식은 훨씬 직접적이고 불편하다.

‘존 도우’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그는 그저 시청 옥상에서의 자살을 예고하는 한 장의 편지 속 익명일 뿐이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곧 사회적 분노의 상징이 되고, 언론과 정치, 자본의 이해관계 속에서 재창조된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세상에 말을 건넨 인물, 그리고 이를 조작하는 언론인, 그들을 따라가는 대중. 이 구성은 마치 하나의 미디어 실험처럼 기능한다.

‘존 도우’의 무대는 193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하지만, 작품이 던지는 핵심은 지금-여기다. 계급의 불균형, 언론의 도구화, 개인의 절망과 그 안에서 움트는 집단적 희망. 이 모든 요소는 현재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작품이 갖는 설득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존 도우’는 특정 시대의 픽션이 아니라, 우리가 반복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사회 구조의 은유다.

연출 이기쁨, 작곡 이진욱, 극작 황나영으로 이어지는 창작진의 구성은 초연 당시의 진정성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새롭게 변화한 배우진과 함께 한층 성숙한 서사를 꾀한다. 극의 중심인 윌러비 역에는 정동화, 최호승, 김준영, 황민수가, 앤 역에는 최수진, 최연우, 정우연이 캐스팅되어 각기 다른 결의 해석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은 현실과 이상, 허구와 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조율해낸다.

뮤지컬 ‘존 도우’ 캐스팅 윌러비, 앤 役. 사진=HJ컬쳐㈜
뮤지컬 ‘존 도우’ 캐스팅 윌러비, 앤 役. 사진=HJ컬쳐㈜
뮤지컬 ‘존 도우’ 캐스팅 앙상블 役. 사진=HJ컬쳐㈜
뮤지컬 ‘존 도우’ 캐스팅 앙상블 役. 사진=HJ컬쳐㈜

특히 윌러비는 '존 도우 행세' 이상의 상징을 내포한다. 그는 이름을 빌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동시에, 공동체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간다. 이 인물의 서사는 곧 '가짜가 진실이 되는' 위험한 과정을 따라간다. 그리고 그것은, 이 시대의 미디어 환경과 사회적 구조가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상기시킨다.

무대 구성과 음악 역시 돋보인다.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라인 속에 배치된 재즈 넘버와 군무는 장면 전환의 리듬을 살리는 동시에, 작품의 긴장감을 해치지 않는다. 특히 이번 시즌의 6인 앙상블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한 축으로서 기능하며, 익명성을 띤 대중의 집합적 심리를 형상화한다.

무엇보다 작품이 ‘희망’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을 결코 낙관으로 포장하지 않는 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존 도우’는 무대 위에서 영웅이 되지 않는다. 그는 실패하고, 흔들리며, 때로는 이용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통해 세상은 아주 조금, 아주 미세하게 균열을 일으킨다. 뮤지컬 ‘존 도우’는 바로 그 균열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결국 ‘존 도우’는 관객의 참여를 요구하는 작품이다.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윌러비에게가 아니라 관객 자신에게 향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귓가에 남는다.

존 도우는 실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어쩌면, 우리 모두일 수 있다. 그의 목소리는, 곧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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