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 효성그룹 제공
조현준 효성 회장이 이끄는 효성중공업의 생산거점들이 역대 최고 수준의 가동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AI 붐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효성은 일찌감치 이 시장을 겨냥해 생산능력을 확보해왔다.
효성중공업의 국내외 생산거점들이 역대 최고 수준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AI 및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하며 고객사들의 요청이 밀려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발전하고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전력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AI를 돌리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컴퓨터 서버가 24시간 쉬지 않고 작동해야 한다. 이런 서버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데이터센터다.
조현준 효성 회장 / 뉴스1
문제는 이 데이터센터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전기를 소비한다는 점이다. 대형 데이터센터 하나가 사용하는 전력은 소도시 하나가 쓰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ChatGPT 같은 AI 서비스 한 번 이용할 때마다 일반 검색의 10배 이상 전력이 소비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게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데이터센터까지 효율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초고압변압기다. 변압기는 전기의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장치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먼 거리까지 보낼 때는 전압을 높여야 전력 손실이 적다. 반대로 최종 사용지에서는 전압을 낮춰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765kV 같은 초고압변압기는 한 번에 대용량 전력을 장거리로 보낼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 같은 대형 전력 소비처에 필수적이다.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kV 초고압변압기. / 효성그룹 제공
조 회장은 일찌감치 '전력기기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핵심 전력기기 공급사로 도약하는 것을 그룹 중점 과제로 제시해 왔다.
조 회장은 평소 "AI가 산업과 생활 전반에 파고들며 전력 인프라의 중요성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며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주 물량을 원활히 소화할 수 있는 생산능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해왔다.
효성중공업은 급증한 미국 전력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하며 미 전력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찍부터 미국 시장을 겨냥해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전력기기 생산에 나선 덕분이다.
효성중공업은 2020년 미국 멤피스 공장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총 1억5000만 달러(약 2071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육성해왔다. 현재 49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해 2026년까지 시험 및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능력이 기존 대비 2배 규모로 늘어난다.
효성중공업 멤피스 공장은 미국 내에서 최대 765kV(킬로볼트)급 초고압변압기를 제조할 수 있는 유일한 생산 시설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등 북미 주요 대형 수요처에 대한 대응 역량이 강점으로 꼽힌다.
효성중공업은 현재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765kV 초고압변압기의 절반 가까이 공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2010년대 초부터 미국 765kV 초고압변압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미 전력시장에서 제품 신뢰성과 기술력을 증명해왔다. 최근에는 미 최대 송전망 운영사와 765kV 초고압변압기, 리액터, 차단기 등 토털 전력 솔루션을 모두 공급하는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전 세계에 있는 80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 중 미국이 약 40%를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장기간 운영되기 위해서는 대량의 전력기기가 사전에 확보돼야 한다. 765kV 초고압 송전에 필요한 전력기기를 토털 솔루션 형태로 미국 시장에 제공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효성중공업이 유일하다. 이에 따라 고객 수요가 지속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효성중공업은 변압기에 이어 초고압차단기 생산설비 증설에 나선다. 차단기는 전력 계통에 문제가 생겼을 때 회로를 자동으로 차단해 사고를 막는 장치다. 마치 집에 있는 두꺼비집(누전차단기)과 같은 원리지만 훨씬 큰 규모의 전력을 다룬다. 초고압 전력망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동하는 차단기가 필수다.
먼저 인도 푸네의 차단기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인도 경제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송·배전망 확충과 전력망 현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초고압차단기는 민간·공공 프로젝트 전반에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이번 증설을 통해 인도 전력시장 초고압차단기 분야에서 절대적 우위를 더욱 굳혀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남 창원에 수출용 초고압차단기 전용 생산공장을 신축하고 관련 생산설비를 증설하기 위해 총 1000억 원을 투자한다. 신축 공장은 420kV, 550kV, 800kV 등 수출 전용 초고압차단기를 생산하며, 미국을 비롯해 유럽, 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다. 증설이 완료되면 초고압차단기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약 1.5배까지 확대된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