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남성들에게 '발기부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단연 비아그라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 약이 원래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비아그라는 1990년대 초, 협심증과 고혈압 치료를 위해 개발된 혈관 확장제였다. 화이자 연구팀은 심장에 혈류를 늘리는 목적으로 실데나필(Sildenafil) 성분을 연구했다. 그러나 임상시험 과정에서 환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발기 부작용이 나타났다. 화이자는 1998년 FDA 승인을 받아 비아그라를 발기부전 치료제로 출시했고 대표정 성공사례가 됐다.
비아그라의 작용 기전은 PDE5(포스포디에스테라제5) 단백질 억제에 있다. 발기는 혈관이 이완돼 혈류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데, PDE5 억제를 통해 산화질소(NO) 생산과 활동성이 증가하며 발기부전 치료로 이어진다. 이 같은 혈관 확장 작용 덕분에 고산지대에서 나타나는 고산병 증상을 완화하거나, 폐동맥고혈압과 레이노병 개선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비아그라가 VEGF(혈관내피생성인자)를 활성화해 새로운 혈관 생성을 촉진한다는 사실이다. 2021년 연구에서는 VEGF 신호를 과도하게 활성화한 쥐의 수명이 일반 쥐보다 약 40% 길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람이 노화하며 모세혈관과 장기 혈류가 감소하는 현상을 VEGF 활성화가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수 효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과의 연관성도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치매 환자의 뇌에서는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에서 PDE5 단백질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데나필 처방군에서는 PDE5가 억제되는 효과가 확인됐고 실데나필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약 60% 낮출 수 있을 가능성도 발견했다.
비아그라의 사례는 약물이 처음 기대한 용도와 달리, 예상치 못한 효과로 전혀 새로운 시장과 치료법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남성의 상징인 발기를 통해 비아그라는 성분보다 브랜드가 일반명사처럼 자리 잡은 대표적인 사례다. 심장약에서 시작했지만, 발기부전 치료를 넘어 심혈관 건강, 고산병 예방, 알츠하이머 예방 등 다양한 건강적 가치를 제공하는 약이 된 대표적 사례다.
비아그라는 우연한 '부작용'을 통해 전 세계 남성의 건강과 자신감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례로 자리 잡았으며 단순한 발기부전 치료제를 넘어선 상징적 약물로 남게 됐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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