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자주 언급하는 “대통령의 1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는 말처럼, 이번 한미 관세협상은 국민 5200만명의 생계와 직·간접적으로 맞닿은 사안이다. 그만큼 추측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김 실장을 비롯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경제 사령탑이 일제히 미국을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의 출국과 귀국 과정에서 나온 한마디 한마디가 주목받는 이유다.
그러나 통화스와프 협상을 둘러싸고 정부 내 메시지가 엇갈리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구 부총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댈러스 국제공항에서 “미국 측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다”고 밝혀,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불렀다.
반면, 하루 뒤인 16일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통화스와프는 유제한이든 무제한이든 진전이 없다”며 “협상팀과 실시간 교감이 없는 상태”라고 선을 그었다. 경제와 외교의 핵심 라인이 엇갈린 목소리를 낸 셈이다.
물론 정부 내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국가적 난제라 할 수 있는 관세협상에서조차 엇박자가 노출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이번 협상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핵심 산업과 직결돼 있으며, 국제사회 파급력도 큰 사안이다. 현안 전반에 걸쳐 메시지 통일 전략을 세우고, 민감한 발언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직자의 자세를 설명하며 ‘파초선’을 비유로 들곤 했다.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나찰녀의 부채로, 한 번 부치면 천둥 번개가 친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앞서 국무회의에서 “아주 작은 부채지만 세상은 엄청난 격변을 겪는다”며 “여러분이 하시는 일, 작은 사인(서명) 하나, 작은 관심 하나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그 작은 관심과 어떤 판단에 의해 누군가는 죽고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와 안보 사령탑도 마찬가지다. 말 한마디가 관세협상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발언이 아니라 조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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