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민생범죄 처리가 줄줄이 멈춰서고 있는 가운데 올해 전국 검찰청에서 처리되는 사건이 최근 10년 중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이미 검찰의 사건처리가 급감해 ‘사건 적체’가 심화했는데 올해는 상당수 검사들이 ‘3대 특검’에 대규모 파견되면서 민생범죄를 처리할 검사 수가 줄어든 게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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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여파 회복되나 싶더니만…특검 파견으로 다시 악화
1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검찰청에서 기소·불기소·보완수사 등 검찰이 처리한 사건 수는 88만 7007건으로 집계됐다. 월 평균 9만 8556건 수준이다. 지난해 검찰이 처리한 사건 수는 123만 5881건으로, 월평균 10만 2990건 수준이었다.
앞서 검찰의 사건처리는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인 2015~2020년 평균 180만건에 달했다. 그러다 검·경 수사권 조정 직후부터 민생범죄 사건 처리 건수가 급감했다. 수사권이 조정된 해인 2021년 검찰 사건처리는 113만 2953건으로 나타났다. 이후 △2022년(115만 1422건) △2023년(120만 931건)으로 나타났다. 작년 120만건을 훌쩍 넘기면서 사건 적체 문제가 다소나마 완화되는 듯 했으나 다시금 민생범죄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사건처리가 10년 내 최저라는 우려가 나오는 건 특검으로 대규모 검사가 파견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말 내란·김건희·순직해병 이른바 3대 특검으로 불리는 곳에 파견된 검사 수만 110명으로 알려졌다. 특검에 파견된 검사보다 많은 수가 근무하는 전국의 지방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267명)과 수원지검(114명) 단 두 곳뿐이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수원지검과 비슷한 규모의 검사들이 통째로 특검에 간 것이다.
한 지방검찰청의 검사는 “각 지방 검찰청에 파견으로 공석이 너무 많이 생겨 남아 있는 검사들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며 “사건 적체는 특검 출범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범죄 피해자들 “왜 가해자들이 아직도 처벌 안 받나”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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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특검으로 인한 민생범죄 수사 적체가 장기화할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당초 11월 말이면 모든 특검이 종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수사 기간과 파견 검사 수를 더 늘리는 ‘더 센 특검법’을 통과시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특검은 기존 수사 기간에서 최대 30일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특검은 올 연말까지 관련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파견검사 수도 늘어나는데 김건희 특검팀은 30명, 내란 특검팀과 해병 특검팀은 각각 10명이 더 충원된다. 법안에 따라 모든 검사가 충원되면 특검에 파견된 검사만 160명에 달하게 된다. 검찰청 폐지 등으로 검사들이 검찰을 이탈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퇴직한 검사 수는 이미 100명을 넘어섰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검사들의 대규모 특검 파견으로 사건이 적체되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의뢰인들이 사건이 왜 이렇게 지연되고 있냐고 닦달해 검찰청에 면담을 가면 ‘일할 검사가 없다.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태’라는 말만 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아직 처벌받지 않고 사회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매우 힘들어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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