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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재정관리 체계’를 도입하자는 것인데, 1년짜리 재정준칙으로는 경기 변동에 따른 재정 여력 창출에 한계가 있어 이를 보완하면서도 부채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구속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한국 정부에 ‘중기 재정프레임’ 구축을 권고하기도 했다.
◇韓부채 2030년 64.3%…IMF ‘재정준칙 도입’ 권고
19일 관가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국감)에서 ‘재정 건전성 우려’와 관련해 “단년도 기준으로 재정 준칙을 운영하면 (재정정책의) 신축성이 없어진다”며 “한국에 맞는 재정 준칙 또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재정구조혁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지출구조조정 △세입 △사회보험 등 전 분야에 걸쳐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더해 중기 재정관리 체계를 도입하겠단 의지로 읽힌다.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다. IMF는 지난달 24일 한국과의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향후 고령화와 관련한 지출 압력을 수용하기 위해 장기적인 재정 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실제 기재부가 최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10월호’를 보면 실질적인 나라 살림 형편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88조 3000억원 적자를 기록,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규모 재정을 집행했던 2020년(96조원 적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올해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며 적자 국채 발행이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정지출을 내년 728조원에서 2029년 834조 7000억원으로 높여 잡아 연평균 5.5%씩 늘어나는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간단 방침이다. 이에 IMF는 최근 발표한 ‘재정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D2)가 203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4.3%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IMF가 재정준칙 도입을 권고한 것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부채가 10여 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는데 세입·세출 간 균형예산을 맞추려면 연간 100조원에 가까운 지출을 줄여야 하는 처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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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평균 적자비율 3%…EU식 재정준칙 급부상
상황이 이렇자 유럽연합(EU) 방식의 ‘중기 재정관리 체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EU는 작년 4월 신(新) 재정준칙인 ‘신지출경로’를 도입했는데, 연 단위 단기 규율(부채비율 GDP의 60% 이하·적자비율 3% 이하)에서 중기(4~7년) 지출 경로 중심 체계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다년도에 걸쳐 평균적으로 규율 수준에 맞추자는 것이다.
이는 경기침체기에는 재정정책의 유연성 확보가 어려운데다 지출을 늘리면 다음 해 바로 적자 기준을 위반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어 점진적·현실적·지속가능하며 동시에 성장 친화적인 방식으로 국가 부채 비율과 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재정건전성을 위해선 재정준칙의 엄격성뿐만 아니라 준수 여부 또한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재정 지출의 속도를 관리하면서 투자·개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한 셈이다.
새로운 룰이 적용되면서 EU 모든 회원국은 짧게는 4년, 특정 개혁과 투자를 약속한 경우 최대 7년까지 계획연장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0일 열린 EU 경제재정이사회에선 독일의 경우 국방비 지출 확대를 배제하고, 2031년까지 재정적자 비율 3%를 유지하도록 승인하기도 했다. 단 규정 위반 시엔 GDP의 최대 0.05%의 벌금이 부과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EU도 과거엔 재정준칙을 매년 지키려 했지만 현실적으론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적자비율을 4~7년간 평균 3%로 관리하는 유연한 방식으로 전환했다”며 “우리도 중기 재정준칙을 만든다면 인공지능(AI) 대전환, 에너지, 반도체 등 대형투자를 증대하면서 부채 관리에 나설 수 있고, 대외 신인도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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